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700㎒ 주파수 정책을 논의할 첫 주파수 소위원회(소위)를 지난 26일 열었지만 국회와 정부 간 기존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소위가 이번에도 700㎒의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분배를 주장하면서 앞으로 열릴 회의에서도 이 같은 일방적 기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방송법 개정 등 입법 본연의 업무는 지지부진하면서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주파수 정책 논의는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주파수 소위, 기존 주장 되풀이
이날 소위에는 조해진(위원장), 심학봉(이상 새누리당), 전병헌, 최민희 의원(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네 명과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전성배 전파정책국장,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정종기 방송정책국장이 참석했다.
그동안의 정부 주파수 정책 방향 보고에 이어 위원 질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위원들은 700㎒를 활용한 지상파 UHD 전국 서비스를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전 의원은 “미래부는 지상파 UHD 방송에 주파수를 배정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고 최 의원은 “위성방식을 이용한 UHD 방송 안은 정부 안에 들어가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상파 UHD 서비스 관련 정부 방침과 계획을 명확하게 정리해 다음 회의 때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윤 차관은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방통위와 협의해 새해 상반기까지 구체적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소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부 활동 저해로 삼권분립 위반
합산규제를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1년 넘게 표류하는 데도 국회가 정부의 고유 권한인 주파수 정책 개입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방위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 700㎒ 중 20㎒ 폭이 할당되자 1주일 만인 지난달 21일 소위 결성을 합의했다. 그 이후 한 달여 만에 소위를 구성하고 첫 모임을 개최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 소위 결성이 우리나라 국가 통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삼권분립은 입법과 행정, 사법이 각각 견제와 균형을 이뤄 국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다. 국회는 정부 정책에 국정감사와 조사를 활용해 견제할 수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국회는 ‘감사 또는 조사를 할 때는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주파수 분배는 소관기관인 미래부의 정책 결정과 고시에 의해 완성되는 고유 권한이므로 주파수 분배 정책을 국회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국회법에 따라 소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안건과 내용,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하지만 그 안건이 ‘정부 정책’일 때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의 정부 견제권한에 한계를 적용해야 한다. 이미 특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결론을 내려놓고 구성된 주파수 소위는 결성만으로도 견제권한이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 미방위와 주파수 소위가 정부 주파수 정책 방향의 견제를 넘어 주파수 분배 방안을 결정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미래부의 기능을 현저히 저해해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