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호모부가(毫毛斧柯)

[프리즘]호모부가(毫毛斧柯)

호모부가(毫毛斧柯)는 수목을 어릴 때 베지 않으면 마침내는 도끼를 사용하는 노력까지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다. 화근은 미세할 때 예방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새해가 코앞이지만 국민 마음 한구석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한다.

지난해 3·20 사태가 발생하자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각 기관은 사태 파악과 대응에 나서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에 동시다발 해킹사건이 발생한 때문이다. 해킹 여파는 주요 기간산업인 원자력발전소까지 확대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사무용 PC에 대한 내부망과 외부망 분리작업을 진행하며 간신히 소나기를 피했다.

최근 원전 내부 자료가 유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사내 업무망 행정업무 교란을 목적으로 한 공격 시도라고 일축했다. 또 원전 내부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는 국민의 불안감은 쉬 가시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봤던 기억도 한몫 더한다. 원자력은 전력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원전의 갑작스러운 가동중단이 초래할 사태는 상상하기 힘들다.

원전제어시스템은 폐쇄망이다. 개방된 망보다 상대적으로 해킹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해킹 안전지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트워크 연결사회에서 해킹으로부터 100% 안전한 시스템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3·20 사태 이후 한수원이 대응했지만 자료는 유출됐다. 더 이상 폐쇄망으로 해킹에 대응하겠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동안 강도 높은 해킹방어나 내부정보유출방지 대책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이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건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원전 보안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고 과감한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 느슨한 준비 탓에 원전 당국이 벌써부터 호미 대신 가래를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