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의 성장이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최후방 산업인 사파이어 잉곳 업계도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업 매각을 추진해도 사려고 하는 업체가 없을 뿐 아니라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폭이 커져 아예 생산을 중단한 곳도 있다.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에 처해지면서 업계 전체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사파이어 잉곳을 생산하는 업체 대부분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잉곳 가격이 계속 급락하면서 대규모 영업 적자를 떠안게 된 데다 기대만큼 신규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실트론은 올해 초부터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매수자를 물색해 왔지만 전혀 진척이 없다. OCI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열교환법(HEM) 방식으로 잉곳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원가 경쟁력에서 뒤처져 최근 생산을 중단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지난 2년 넘게 적자 탈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적자 20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DK아즈텍 역시 모기업인 동국제강의 자금 지원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스마트폰 커버 글라스 적용, 중국발 공습 등 워낙 변수가 많아 사파이어 잉곳 업계뿐 아니라 LED 산업 전체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며 “특히 최후방 산업인 사파이어 잉곳 업계는 치킨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더욱 어려운 형국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사파이어 잉곳 가격이 소폭 상승하면서 시장 회복의 선행 신호로 분석됐다. 1분기 바닥을 쳤던 사파이어 잉곳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LED 조명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고 스마트폰용 커버 글라스 등 조명 이외의 시장에서 응용처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ED 조명 시장의 성장세는 중국에 국한됐고, 애플마저 신제품에 사파이어 글라스를 전면 채택하지 않으면서 LED 시장은 다시 한 번 침체기를 맞았다.
사파이어 잉곳 가격은 그 사이 날개 없이 추락했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평가됐던 올해 초에도 2인치 기준 1㎜당 2.9~3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2달러 선마저 깨졌다. 중국 업체들이 설비가동률을 높여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실상 내년 1분기까지도 큰 호재가 없을 것으로 보여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 기회를 틈타 중국 업체들의 공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돼 머지않아 LG실트론처럼 ‘백기투항’할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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