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변화로 본 ‘애플의 IBM화’

80년대 애플은 당시 거대기업인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야유하는 광고 동영상을 차례로 내보내며 열성적인 팬을 구축해갔다. 하지만 애플은 2014년 방영한 광고에선 애플 스스로가 거인의 입장이 됐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광고 변화로 본 ‘애플의 IBM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멀티미디어 CD-ROM은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광고 역시 예전 크리스마스를 위한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전형적인 미국 부부가 CD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려고 악전고투하고 있다. 다음날 아이들이 번거로운 일 없이 다룰 수 있도록 하기해서다. 부부는 두꺼운 설명서를 필사적으로 보고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하지만 뭘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남편은 설치 프로그램이 잘못됐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아마 컴퓨터를 잘못 샀을 것이라고 답한다.


이 광고에는 애플 제품명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정말 움직이는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찾는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다면서 애플 로고를 내보낸다.


애플은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맥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광고에서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전설로 남은 애플의 광고인 1984 뿐 아니라 2000년대 광고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런 방식 덕(?)에 애플의 광고 동영상은 1990년대 컴퓨터 기업이 보여준 명량함을 강조한 크리스마스 광고와는 전혀 다르다. IBM 같은 기존 기업은 광고를 통해 컴퓨터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컴퓨터를 사도록 하려 했다. 애플은 “우린 그들과 다르다”는 이미지를 심리적으로 계속 심어주는 방식으로 30년 동안 열광적인 팬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뀐 것 같다. 애플은 이 업계를 주도하는 입장이 됐다. 2014년 선보인 광고를 봐도 애플의 메시지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애플은 현대판 IBM이 됐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