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BMW 750Li X드라이브

BMW 750Li X드라이브는 BMW가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이다. 그만큼 디자인, 주행 성능, 인테리어 모두 최고급으로 구현했다. 중후한 고급 세단 느낌이 강하지만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해 운전의 재미도 잡았다. 1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비싼 값은 톡톡히 한다. 무엇이든 최고를 추구하는 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차다.

[신차 드라이브]BMW 750Li X드라이브

첫 인상은 BMW 세단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균형 잡힌 외관 디자인을 추구해 크게 튀지 않지만 중후한 느낌을 준다. 외관도 매력적이지만 차 안을 직접 들여다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휠베이스가 표준형 7시리즈보다 140㎜ 길어졌고, 뒷좌석 헤드룸은 10㎜ 높아졌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움직이는 응접실’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신차 드라이브]BMW 750Li X드라이브
[신차 드라이브]BMW 750Li X드라이브

넓은 공간에 다양한 편의 기능도 갖췄다. 뒷좌석 전용 9.2인치 평면 모니터와 16개 스피커가 차 안을 가득 메운다. 뱅앤올룹슨의 고품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탁월한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한다. 운전석에도 넉넉한 공간감을 구현해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쌓이지 않았다.

주행 성능은 8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 성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의도적으로 급가속을 시도해봤지만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출발을 보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4.6초지만 체감 시간은 더 짧다. 세단 특유의 안락함을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카급 가속 성능을 구현한 덕이다.

주행 모드를 바꾸면 좀 더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내 도로를 ‘컴포트 모드’로 달리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며 ‘스포츠 모드’로 갈아타봤다. 핸들이 빳빳해지면서 차의 가속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도로 상황만 허락한다면 세단의 틀을 벗어난 질주 본능을 느껴볼 만하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플러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네 가지가 제공된다. 도로 상황과 기분에 따라 어떤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각 주행 모드에 따라 계기판 색깔과 디자인이 바뀌기 때문에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

이처럼 세단의 안락함을 추구하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버리지 않은 것이 750Li X드라이브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속 성능만을 강조한 고성능 차량보다 ‘펀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코너링과 요철 구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서스펜션이다. 차체 평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셀프 레벨링’ 에어 서스펜션, 신형 베어링과 댐퍼 덕분에 가속에 부담이 없다. 곡선 도로에서조차 속도를 더 내고 싶은 욕구가 들 정도다.

주행 성능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점은 BMW의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다. X드라이브는 주행 환경에 맞춰 앞바퀴와 뒷바퀴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 시승 기간 중 집 앞 경사로에 눈이 많이 쌓였지만 무리 없이 드나들었다. 고급 차종에서 많이 채택된 후륜 구동 방식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X드라이브의 매력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대거 적용된 각종 편의 사양도 눈길을 끈다. 우선 경로 안내를 확인하기 위해 센터페시아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없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운전석 앞 유리에 주요 경로를 계속 표시해주기 때문이다. 차선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추돌경보장치(FCW)는 안전 운전을 돕는다. 어라운드뷰모니터(AVM) 시스템은 차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톱뷰’를 제공해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길에서 큰 차체를 굴리는 데 도움을 준다.

1억8420만원부터 시작하는 차량 가격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당장 탈 차’보다는 ‘향후 도전할 차’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맞다. BMW 역시 ‘성공한 CEO를 위한 비즈니스 세단’을 콘셉트로 잡았다. 차량 성능 자체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안락한 승차감, 중후한 디자인, 탁월한 주행성능 등 고급 세단의 모든 요소를 충족한 데다 개성도 갖췄다.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으로 삼고 다른 차를 평가해도 좋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