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세공정은 정체돼도 회로기판 미세공정은 활기

반도체 미세공정이 D램은 20나노, 낸드는 10나노 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연성회로기판(FPCB)과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모바일 메인기판(HDI) 등 기판 분야 미세공정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각종 실장 부품은 늘어가는 가운데 전자기기의 크기가 더 작고 얇아지는 ‘경박단소’ 추세는 이어지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회로 선폭 50마이크로미터(㎛)가 주류를 이루던 FPCB는 지난해 중반께부터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35㎛로 미세공정화가 진행됐다. 올해는 30㎛ 이하 제품 양산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FPCB 업계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활황에 기대 2012년부터 지나치게 생산능력을 확대하다 공급과잉이라는 역풍과 업황 부진 등을 겪으며 지난 한 해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FPCB 업체들의 성장으로 경쟁 환경 역시 치열해지면서 관련 업계 전반의 매출과 주가가 모두 큰 폭 하락했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고객사 수요 회복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미세공정을 바탕으로 점유율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회로 선폭 30㎛ 이하 수준의 제품에 대한 요구가 나오면서 이를 충족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 기판 전문가는 “보통 40~50㎛ 수준의 FPCB 양산에도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고 30㎛대의 회로 선폭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일부 업체에서만 구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기판) 역시 회로 선폭 미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양산되는 제품의 최고 수준인 15~20㎛를 넘어 10㎛대 초반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반도체 기판은 실질적인 공급 계약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 영업에도 유리하다.

휴대폰 주기판으로 사용되는 고다층기판(HDI)은 선폭 40㎛ 제품까지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HDI는 8~10층 구조로 휴대폰에 최적화한 제품으로 미세회로와 더불어 층간 신호를 전달하는 비아홀(쌓아놓은 각 층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뚫은 구멍) 공정 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전층 비아홀(IVH) 공법 등은 일부 업체만 구현 가능하다.

중견 PCB업체 관계자는 “회로기판이 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 비해 큰 관심을 받는 영역은 아니지만 전자기기의 기반이 되는 핵심부품”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회로 선폭뿐만 아니라 비아홀 등 미세공정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