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TV 이후의 카드’로 모니터와 사이니지를 앞세운다. 곡면(커브드)을 모니터 사업의 주력으로 내세우고 사이니지는 아웃도어용과 소형 등 틈새시장을 공략, 새 라인업을 선보인다.
1일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VD사업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모니터 라인업을 ‘커브드’로 채워가기로 했다. 지난해 출시한 TV모니터 TD590C와 21 대 9 화면비 모니터 SE790C가 세계 B2B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VD사업부 관계자는 “브라운관 모니터가 높은 공간 활용성 등 여러 장점에 힘입어 평면으로 대체된 경험을 커브드에서도 재현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모니터 신제품 대부분을 커브드로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4K 초고화질(UHD, 3840×2160)은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대 30인치대에 불과한 모니터 특성상 해상도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출시한 범용 UD590, 전문가용 UD970 모델도 수요가 대중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공간 활용성과 몰입감 등 커브드 특유의 경쟁력으로 모니터 수요가 많은 관공서, 기업, 금융기관 등 B2B 시장을 겨냥한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아웃도어용 새 라인업 ‘OHD’와 ‘OMD’ 시리즈를 준비했다. 700니트(nit) 이상의 높은 밝기와 강한 내구성으로 환한 낮에도 콘텐츠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46, 55, 75인치 제품이 준비됐으며 OHD를 아웃도어 주력으로, OMD를 세미 아웃도어로 내세워 옥외 사이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현지에서 옥외 사이니지를 제조·판매하는 LG전자 계열 LG MRI와의 경쟁도 예상된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소형 제품군은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 다지기의 첨병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CES에 10인치(모델명 LH10DBD)를 비롯해 22, 24, 27인치 등 10~20인치대 제품을 공개해 세계 B2B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특히 소형 사이니지는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제품 홍보에 활용되거나 건물 내 소형 안내판으로 쓰이며 시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VD사업부의 이 같은 새해 B2B 운영방향은 더 이상 TV만으로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 관계자는 “9년 연속 TV 시장 1등을 지켜냈지만 선진 시장의 디지털 전환 마무리로 TV 교체 수요도 줄고 있는 점이 B2B로 눈을 돌린 계기”라며 “저소득 신흥시장의 TV 교체 수요와 커브드 등 프리미엄 TV 제품군에만 사업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VD사업부는 분기보고서 기준 지난해 3분기 영상기기(TV, 모니터 등) 매출이 2010년 이후 최저인 7조2107억원에 그치는 등 새로운 돌파구 마련 필요성이 사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