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기술이 있다. 담보 없이 기술만으로 자본조달을 할 수는 없나.” “우리 기술은 특수성이 있지만 일반 평가단의 잣대로는 코스닥 시장 상장이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코넥스 시장 현장 간담회에서 쏟아진 최고경영자(CEO)들의 하소연이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평가하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좋은 기술만으로 금융 지원을 받기에는 그 기술을 평가하는 금융가의 전문성과 이해 수준이 심각하게 못 미친다는 것이 많은 정보기술(IT)·바이오 기업의 성토다.
새해 금융가의 주요 과제는 벤처 젖줄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포함한 금융의 모험자본 역할 강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새해 첫 업무일인 지난 2일 ‘증권·파생상품 개장식’에 참석해 모험자본 공급역량을 확충하겠다는 강한 각오를 내비쳤다.
각종 사전에 나오는 모험의 정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금융가의 모험이란 실패를 무릅쓰고 새로운 기술과 될 성싶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씨앗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험자본의 형성·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정책 지원 체계를 만들고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필요한 또 하나의 조건은 새 기술을 통찰하는 능력과 진짜 씨앗을 가려내는 안목이다. 단순히 양을 늘리는 식의 겉치레 지원은 오히려 위험하다. 모험자본을 육성하겠다는 금융업의 기조가 2000년대 초반 벤처투자 실패로 겪은 경험을 되새기는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넥스·코스닥 시장 상장 자격을 심사하는 일부터 기술특례 기업을 선정하는 것, 은행·벤처캐피털 투자를 비롯해 투자은행(IB) 등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벤처를 끌어오는 일 전체에 기술을 보는 눈을 가진 전문가 진영은 더 두텁고 날카로워야 한다. IT·바이오 등 원천 기술과 시장의 미래에 대한 T자형 이해가 필요한 산업일수록 절실하다.
모험자본 육성이 단순히 ‘위험을 무릅쓰는 데’ 그칠 것인지 관심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