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3회)외인·개인 빠져나가는 자본시장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대한민국 수출을 주도하던 대기업군 성장세가 주춤한데다 주주를 위한 환원정책도 부실한 탓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 역시 빛이 바래고 있다. 박스피 장세에 지친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선진국 자금 유입이 주춤거리는 사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중국 자금의 역할과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3회)외인·개인 빠져나가는 자본시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 일 평균 주식 거래량은 전년에 비해 15.3% 줄었다. 2013년 3억3000만주에서 지난해 2억8000만주로 2년째 감소했다. 2014년도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 수준으로 전년과 동일하지만 앞서 3년 넘게 감소세를 겪어왔다.

◇‘셀코리아’ 외국인 떠나는 한국 자본시장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외국인들이 사들인 국내 주식 총순매수액은 8조2170억원으로 2009년(23조5320억원)과 2010년(22조8930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과거 6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3년(4조7240억원) 대비 반등했으나, 절대금액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1∼11월)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액도 5조2840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2012년(7조3960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지난해 외국인 주식시장(유가증권·코스닥) 순매수액은 5조8669억원. 2012년(17조5223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유가증권·코스닥 기준 1.36% 쪼그라들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이탈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달러화 강세,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 엔저로 인한 수출주 환율부담이다. 지난해 외국인 이탈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수출 대기업 실적악화 우려가 불거진 3분기에 두드러졌다. 2분기 이후 정책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도 다소 유입됐지만 정책 기대감이 감소하고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급속히 이탈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의 장래성을 낮게 평가하는 외국인이 환율과 실적 우려 등의 문제로 한국 자본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며 “주주환원 정책도 약소한 한국 증시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반 국내 증시에서 5개월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은 9~10월 2개월 연속 순매도로 반전하면서 심각성을 드러냈다. 10월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등을 2조3000억원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614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 거래 비중도 30.2%로 전월 대비 10.9% 감소했다. 2014년 12월 기준 외국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413조원으로 전월 대비 7조6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액도 15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0.8조원 감소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397조7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 줄었다. 2014년 12월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62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거래 비중은 6.4%로 전월 대비 0.8%P 감소했다. 또 1953억원어치 기타 상장증권을 순매도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은 일부 부문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활력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말 외국인 시총 비중은 34.6%까지 낮아져 전년 말 대비 쪼그라들었다.

◇개인 투자자 이탈 가속

지루한 박스피 장세에 개인 투자자 이탈 현상은 심각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가 6년째 증시를 이탈하면서 2조8000억원가량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40%대 초반으로 투자자별 매매 추이 집계를 시작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2011년 초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1년 4월 58%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 40%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2011년 12월 90%를 넘어섰던 개인 거래대금 비중도 85%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주식 투자자 수는 508만명으로 2012년 대비 6만명 늘었지만 2011년 에 이어 2012년 줄어든 이후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특히 대형주에서 해마다 수십만명씩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파생상품의 개인투자자는 박멸 위기다. 개인 투자자의 매매 요건을 강화하고 기본 예탁금을 높인데다 양도세부과까지 확정되면서 개인 투자자 유출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30% 선이 붕괴됐다. 2013년 말까지 34.15%에 달했던 펀드 판매잔고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줄어들면서 8월말 30% 선 아래로 떨어졌다. 공모펀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이탈도 이어진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지난해 3분기 기준 공모펀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투자자금은 92조5000억여원으로 전체 투자금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 7월 공모펀드에 투자된 개인 자금 비중이 193조원으로 최고치였던 때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공모펀드 시장에서 개인의 비중도 2008년 80%에서 지난해 절반 까지 낮아졌다.

◇올해 외국인 자금 순유입 가능성...‘중국’이 큰손

IBK투자증권은 올해 외국인 자금 중 최대 규모인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 확대 가능성을 높게 꼽고 있다. 영국계&조세회피 지역 자금은 순매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많이 유입된 중국계 자금이 올해도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투자공사(CIC), 중국 외환관리국(SAFE), 중국 사회보장기금(NSSF) 등 중국 국부펀드 자금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증권사는 내다봤다. 일본계 자금은 일본 공적자금(GPIF) 자산 배분안 변경으로 올해 일본계 자금 국내 유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까지 외국인 순투자합계는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외국계 중앙은행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유입됐지만 단기성 재정거래 자금은 마이너스 투자가 진행됐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단기성 재정거래 자금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도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외국인 채권투자 자본의 유출입 변동성 확대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외국인 증권투자액은 상장주식 2조원을 순매수하고 상장채권 5000억원을 순투자해 총 2조5000억원이 순유입됐다. 3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셈이다. 상장채권 보유액은 2013년 8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조원이 넘어섰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현황 / (자료:금융감독원)>


외국인 주식 순매수 현황 / (자료:금융감독원)

<상장채권 종류별 외국인 순투자 및 보유규모, 2014년 합계는 12월분 제외 / (자료:금융감독원, 단위 : 십억원, %, 결제기준)>


상장채권 종류별 외국인 순투자 및 보유규모, 2014년 합계는 12월분 제외 / (자료:금융감독원, 단위 : 십억원, %, 결제기준)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