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3회)`박스피` 韓 증시 가둔...규제의 덫

지난해 6월 말 기준 증권가에서 빠져나간 인력은 4000명에 이른다. 증권사 지점 200여개가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증권 역사 30년 최악의 불황이라고 꼽힌 2014년, 증권맨들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1일 거래대금은 지난해 상반기 4조~5조원 대를 오르내렸다. 하반기 소폭 올랐지만 10조원을 웃돌던 과거는 빛바랜 이야기다. 증권 현물 시장의 쇠락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파생상품 시장 축소의 가장 큰 이유는 규제 환경이다. 2011년 거래량으로 세계 1위였던 국내 파생상품 경쟁력은 그해 코스피200 옵션 승수(10만→50만원)를 대폭 인상하는 등의 몇몇 규제 발표 이후 지난해 9위로 떨어졌다. 거래량 증가율도 세계 주요 거래소 20개 중 하위권이다.

주식 시장의 역동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대체증권거래소(ATS) 제도는 시장 점유율이 5%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가 걸림돌이었다. 수익성 문제로 뛰어드는 사업자조차 없다. 지점과 직원이 줄어든 증권사들의 새 수익 창출구로 꼽혔던 금융 상품 아웃도어세일즈(ODS)는 ‘방문 판매 시 2주 안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방문판매법’에 막혀 잠자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파생상품 시장 발전방안이나 주식시장 발전방안은 연달아 실망을 안겼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파생상품 발전방안은 옵션 승수 인하,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완화같은 시장의 강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실효는 없이 규제만 강화됐다는 악평에 시달렸다.

이어 지난해 11월 기관 투자자 역할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주식시장 발전방안 발표 이후 증권주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증권거래세 감면, 배당주 펀드 세제 혜택이나 자사주 매입 시 인센티브 등 업계의 바람은 들어지지 않았고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만 남겼다.

배당 성향도 낮은 우리나라는 해외 투자자를 유인할 만한 별다른 매력 요소마저 잃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위시한 수출 제조 대기업이 휘청이면서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는 무려 7.16% 추락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증시 활성화를 위한 배당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역시 반짝 효과에 머물렀다.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을 늘리거나 해외 투자자를 유입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대책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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