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안녕 대한민국 (3회)열리는 中 자본시장...韓 투자자도 줄줄이

한국 자본시장이 갈 곳을 잃은 사이 중국 자본시장의 ‘외인(外人)끌이’ 개방 속도는 예상을 추월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와 함께 전 세계 및 아시아 자금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17일 시작한 ‘후강퉁(상하이-홍콩 주식 교차거래)’ 제도가 대표적이다. 올해 선전과 홍콩 증시를 잇는 ‘선강퉁’ 개시도 앞뒀다. ‘적격 기관투자자 제도(QFII/RQFII)’를 통해 기관 투자자 중심의 시장개방도 추진해 왔다. 위안화 위상을 높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은 가속을 낸다. 한국을 겨냥했던 외국인 투자 자금은 물론 한국 투자자의 중국행도 잇따른다.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후강퉁 개시, 외국인 이탈 현실화

지난해 11월 시작된 중국의 후강퉁 시행은 한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를 몰아갈 악재로 꼽혔다. 후강퉁은 홍콩과 중국 본토의 기관·개인투자자가 상하이와 홍콩증시 주식을 상호 교차매매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후는 상하이를, 강은 홍콩을 뜻한다.

후강퉁은 홍콩에서 중국 주식(상해A주)을 매매하는 ‘후구퉁’과 상하이에서 홍콩주식(H주)을 매매하는 ‘강구퉁’으로 나뉜다. 투자대상인 상해A주 568개 종목 시가총액은 3조달러에 이른다.

투자한도는 총 3000억위안(약 51조원)으로 투자가능종목 시총의 1.6% 수준이다. 일일 투자한도는 130억위안이며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 가능하다. 단 개인 투자자는 증권계좌잔액 50만위안(약 8836만원) 이상으로 한정됐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아직 정보량이 부족하지만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위험성 있는 기업을 가려내고 있어 질적 상향도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후강퉁을 열면서 외국인 투자자에 자본이득세도 면제시켰다.

후강퉁 개시 이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은 시작됐다. 최초 3일간 267억원 어치가 순매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후강퉁 시행 이후 한 달(11월 17일~12월 중순)간 외국인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 347억원의 주식을 매도했다. 일 평균 16.5억원이 빠져나갔다.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해 화답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후강퉁 시행 이전 마지막 거래일 대비 12월 중순 기준 20% 이상 올랐다. 2010년 이후 부진한 수익률을 냈던 중국 증시는 지난해 반등을 시작해 올해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정부에서는 후강퉁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적은 수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란 점이다.

◇후강퉁은 시작…선강퉁(深港通)이 온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은 ‘진행형’이자 아직 시작점에 있다. 중국은 올해 선전과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선강퉁 개시를 앞두고 있다. 이어 다른 도시로 점차 개방을 확대할 계획이다. 후강퉁 증시 종목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이 이뤄질 경우 더 많은 글로벌 펀드 투자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증시의 외국인 투자 한도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증시 참여도 촉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2년부터 적격 해외기관투자자(QFII)를 시행해 왔다. QFII는 외국 기관이 달러화로 중국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투자 자격은 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가, 승인 기관별 한도는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매겨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총 251개 회사에 622억달러의 한도가 부여됐다. 한국에서는 19개 기관이 39억달러(4조4000억원) 한도를 보유했다.

중국은 2011년 12월 ‘위안화 적격 해외기관투자자(RQFII)’ 제도도 도입했다. 외국 기관이 위안화로 중국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자격을 주는 것이다. RQFII의 투자 자격과 한도 부여 기관은 QFII와 같다. 지난해 9월말 기준 7개 국가에 총 7400억위안 한도가 부여됐으며 승인된 한도가 95개 기관 2833억 위안이다.

◇위안화 국제화 가속…경제의 중심 ‘우뚝’

중국 정부는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위안화의 국제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달러화에 대응해 중국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증시 개방과 맞물려 세계 무역·경제 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을 높이고 경제권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이미 무역 결제 화폐로는 달러화의 뒤를 잇는 2위다. 지불 화폐로는 7위이지만 2020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 3위권내 국제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자본시장 개방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청사진의 일부란 해석이다.

위안화와 현지국가 화폐를 직거래 하는 ‘위안화 역외 청산·결제 은행’은 홍콩·마카오 등에서 시작돼 지난해 대만·싱가포르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 서울을 포함해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 추가로 생겼다. 중국과 거래할 때 달러화를 거치지 않고 위안화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달러화 없이 원화와 중국 위안화를 바로 거래하는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도 가속이 붙었다.

우리나라에는 12월부터 위안화 직거래 시장 거래가 시작됐으며 중국 밖에서 개설된 위안화 직거래 시장으로는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세번째다. 직거래 시장 개설로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기회를 찾으려는 국내 은행업계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무역결제에 참가하는 은행에 대해 중국 내 은행간 장외 채권시장(CIBM)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해외 투자자에 문호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이어 중국 은행들도 한국에서 파생상품 등을 판매하는 등 금융투자시장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농업은행 등의 한국지사는 금융당국에 각종 파생상품 매매를 위한 인가를 신청했다. 국내 은행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이미 위안화 역외허브로 고려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고 있었지만 올해 들어와 급격하게 허브 지정이 이뤄지면서 모든 분야에서 준비가 진행 중”이라며 “증권사가 한국의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간담회에서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간 위안화 결제 비중은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양국 정부도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 엔진을 통한 경제성장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표. 기존 외국인 투자제도와 후강퉁 비교(자료:금융감독원)

[신년기획] 안녕 대한민국 (3회)열리는 中 자본시장...韓 투자자도 줄줄이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