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40달러 진입 초읽기…정유·석화업계 악재만은 아냐

두바이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급락하며 50달러 선에 턱걸이했다. 공급 증가로 당분간 하락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국제 유가 40달러대 진입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가에 민감한 정유·석유화학 업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오히려 업황 개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2.65달러 내린 배럴당 50.0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49.9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두바이유도 배럴당 50.98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3.31달러 하락한 배럴당 53.11달러에 마감됐다. WTI는 2009년 4월 28일 49.92달러, 두바이유는 2009년 4월30일 50.06달러 이후 각각 최저가다. 브렌트유도 2009년 5월1일 52.85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에 진입했다.

현재 원유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제 유가는 이변이 없는 한 40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유·석화업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반면에 상황을 다르게 보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유·석화업계는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재고 평가 손실과 정제 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국제 유가 하락 여파에도 정제 마진은 상승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지난해 11월 배럴당 7.4달러로 상승했다. KDB대우증권이 분석한 국내 정유사 복합 정제 마진도 같은 시기 배럴당 7.8달러로 상승한 뒤 현재 7.4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사가 이익을 남기는 정제 마진이 배럴당 7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해 정유사를 괴롭힌 재고 평가 손실도 올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가 40달러대에 들어간 뒤 추가 하락 여력이 줄면서 반등 가능성도 점차 높아졌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상황은 좀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나프타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60%가량 급락한 반면에 제품 가격 인하폭이 상대적으로 낮아 올해 수익성이 본격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연중 지속될 가능성보다는 하향 안정화될 확률이 높다”면서 “중동산 원유 프리미엄 하락으로 정유사 원유 도입 비용이 절감되고 석유화학 업계도 마진폭이 커지면서 하반기부터 업계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