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변화는 뚜렷하다. 설문조사 결과와 통계 자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가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이들은 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걸까.
◇낮은 소비 시장 개방도
국내 소비자가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구조적 원인은 국내 소비시장 개방도가 낮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수입 비중을 보여주는 수입의존도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매우 높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소비재 중 수입품 비중은 낮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좁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9.8%지만 소비재 비중은 9.8%에 불과했다. 미국과 일본의 소비재 비중이 각각 23.7%, 31.6%인 점과 대조적이다.
국내 가계 소비 중 수입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대 초반 10%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1년 20.6%까지 높아졌지만 OECD 평균인 4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OECD 34개국 중 29번째에 불과해 소비 개방도가 현저히 낮았다.
낮은 소비 개방도는 제품 다양성 부족으로 연결됐다. 해외 제품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국내와 해외의 가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 국내 소비자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전자상거래의 성장과 전문 업체 등장
소비자가 본인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의 등장은 변화에 촉매제로 작용했다. 2001년부터 해외 제품을 구매대행하는 위즈위드 등의 업체가 생겨나며 소비자는 해외 상품에 눈을 떴다.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 확대되며 소비자가 해외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늘었다.
그 이후 2009년께 늘어난 배송대행 업체는 해외 구매 문턱을 낮추며 소비자의 변화를 가속시켰다.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온라인쇼핑몰과 배송대행 물류센터, 소비자를 잇는 구매 체인이 형성되며 소비자는 구매 대행 수수료 부담 없이 곧바로 해외 상품 구매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몰테일 등 배송대행 업체가 마련한 보험 서비스 등도 해외 상품의 거부감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해외에서 배송 중 파손이나 분실 등 위험성을 줄여 구매 장벽을 더 낮췄다는 평가다.
◇소비자 커뮤니티 활성화
높아진 해외 상품에 대한 관심은 수입관세와 부가세 등 생소한 쇼핑 환경의 이해를 돕고 블랙프라이데이 등 세일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불러일으켰다. 해외 구매를 처음 하거나 좀 더 알고 싶은 소비자가 하나둘씩 모이며 몸집을 불려갔다. 몰테일 소비자 커뮤니티는 회원 수가 5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배송대행 업체들도 소비자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며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집단으로 거듭났다. 이런 구매력은 해외 쇼핑몰에도 영향을 미치며 한국어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국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 신규 해외 쇼핑몰이 국내 소비자 커뮤니티에 세일정보가 올라온 후 구매가 갑자기 몰리자 그 진원지를 찾아 나선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