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변화에 국내 유통가도 이미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정소미 이베이코리아 해외직구팀 팀장은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소비자가 국내 시장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자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빠르게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다.
정 팀장은 국내 주요 오픈마켓 중 두 곳인 옥션과 지마켓 전체의 해외 상품 소싱을 책임진다. 소비자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상품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을 국내 판매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겨냥한 의류부터 스마트폰 등 인기 해외 상품을 대거 기획했다.
소비자 변화는 업체가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옥션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던 지난해 11월 해외 상품 매출이 갑절가량 늘었다. 매출 신장이 가장 눈에 띄는 상품군은 TV와 구글 넥서스 등 스마트폰이 포함된 전자제품군이다. 30·40대 남성 구매가 확대됐다.
정 팀장은 “여성에 이어 남성까지 해외 제품을 찾아 구매한다는 것은 해외 가격이 싸다는 인식이 대중화됐다는 증거”라며 “전자제품은 국내 제품과 해외 제품을 성능부터 가격까지 명확히 비교할 수 있어 특히 해외 상품 구매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직구 열풍에 의한 소비자 변화가 국내 시장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시장은 똑똑해진 소비자에 맞춰 병행수입 확대 등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 팀장은 “특정 브랜드나 인기 제품은 이미 소비자가 해외 가격에 맞춰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이에 맞게 병행수입을 늘리는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이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변화에는 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병행수입은 국내 가격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형 업체가 이를 독점하는 또 다른 독점 구조를 낳을 우려가 있다”며 “병행수입 규모가 커지며 일본과 같이 대기업 참여가 늘어날 때 소비자를 다시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순기능 역할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 역시 해외 직구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배송이나 환불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고 일부 제품은 국내 병행수입 가격보다 비싼 사례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