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D TV(삼성전자)와 올레드 TV(LG전자)로 CES 2015 TV 흥행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수장들이 ‘어려울 때 살아남아야 진짜 강한 자’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현지시각 6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어려운 세계 경기 속에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TV의 나라’ 자존심을 이어간다는 각오를 다졌다.
◇삼성 윤부근·김현석, “2015년 TV·생활가전 1등 이어간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사장)는 ‘사람을 향한 전자제품’을 강조했다. 자신이 내건 ‘2015년 생활가전 1위 목표’에 대해 금액에 얽매이기보다 생활가전 산업에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다. 윤 대표는 “지난해 생활가전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며 “전통적으로 발전과 혁신 속도가 부족했던 이 분야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TV 1등 10년’의 카드로 ‘SUHD’를 준비한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도 “VD사업부의 큰 역할은 남들과 다른 차별화에 있다”며 “‘럭셔리(호화 사치품)’가 아닌 ‘프리미엄(명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전날 기조연설에서 다룬 ‘사물인터넷(IoT) 세상’에 대해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업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자동차뿐만 아니라 나아가 가로등, 보도블록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IoT의 네 가지 요소로 ‘데이터 분석’ ‘서비스’ ‘센서기술’ ‘연결성’을 제시하며 “‘개방’을 통해 누구나 삼성이 꿈꾸는 IoT 세상에 들어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부족하다 평가되는 센서기술 등을 외부와 협력한다는 것이다.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러시아 등 신흥시장 상황을 다 감안해 계획을 세운다”며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공격적으로 나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생활가전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프리미엄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고가 논란’에 대해선 “아기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엄마의 마음처럼, 가치에 매료될 수 있는 사람 지향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LG 권봉석, “‘제품’ 대신 ‘상품’으로 승부 거는 시대”
지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에 선임된 권봉석 본부장은 “제조사마다 기술 과시용으로 내놓는 ‘제품’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지 못한다”며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유통되는 ‘상품’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라고 말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 TV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권 본부장은 올해 출시 예정인 퀀텀닷(QD) 적용 ‘컬러 프라임’ TV와 올레드 TV의 관계를 두고 “1세대 CRT 이후 2세대 평판 LCD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이 심하고 3세대 올레드는 LG전자의 독무대”라며 “상황에 맞게 이기는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중국 업계의 도전이 거센 2세대는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고 올레드는 성능을 앞세워 차별화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TV 사업 실적과 올해 전망에 대해서는 “시장 성장률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점유율도 3년 연속 성장했다”고 정리했다. “당장의 목표치 설정보다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담당하는 ID 사업부 신설을 통한 B2B 강화와 모니터, 노트북PC 등을 맡은 IT 사업부의 TV 사업부 흡수 등 역량강화에도 나선다.
경쟁사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스마트 TV 운용체계(OS)를 두고 “지난해 웹OS 1.0 사용자 환경(UI)을 전면 개편하고 공개했을 때의 모습과 유사하다”며 “타사와 직접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올레드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경쟁사가)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반문했다. 올레드는 올레드끼리 비교해야한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는 ‘강한 드라이브’를 강조했다. 경기 영향에 대해 “보급형, 중형 제품이 많이 받는다”며 “고성능(하이엔드) 제품의 성장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유통망에서의 올레드 TV 주문 쇄도와 다우케미컬의 QD 물질 독점공급, LG화학과의 베리어 필름 협업 등 QD에서의 경쟁력을 언급하며 ‘품질로 승부를 본다’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