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증설 투자가 지연돼 신규 수요를 기대했던 국내 장비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납품된 국내 증착기의 성능 문제 등으로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추가 투자가 멈춘데다가 최근 사장 등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투자에 신중모드를 보이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업황이 어려워진데다가 중국 최대 수요처까지 설비투자가 지연되면서 국내 장비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BOE는 지난해 연말 계획했던 2단계 증설 투자를 올해 상반기로 연기했다. 주된 이유는 OLED 패널의 낮은 수율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BOE에 수율을 문의했는 데 아직 수율을 따질 말한 상황이 안 된다고 답했을 정도”라며 “유추해보면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40~50%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BOE는 수율 개선을 위해 증착기 등 성능 개선 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업이 잘 마무리되면 2단계 증설 투자는 바로 재개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는 5월께부터 장비 발주가 시작돼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BOE B6 공장의 사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추가 신규 투자를 재검토하는 등 기존 일정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잔금 처리 등도 연기된 것을 보면 경영진 교체로 내부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한 것 같다”며 “이 같은 투자 위축 분위기가 현재 검토 중인 B7·B9 공장의 OLED 생산 라인 도입에도 영향을 끼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BOE는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오르도스 지역에 5.5세대(1300×1500㎜) B6 공장을 지난 2011년부터 건설했다. 이번 2단계 투자로 투입 원판 기준 월 3만장 규모로 생산능력을 추가 확장할 계획이다. 사실상 1단계 투자에서 일본과 미국 장비업체들이 독식해 국내 장비업체들은 큰 수혜를 보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2단계 설비 투자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많은 국내 장비업체 영업담당자들이 BOE의 수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중국에 장기 출장 중”이라며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신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중국이 유일한 돌파구인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