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을미년 새해, 상생의 저작권을 바란다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생태계’란 1935년 영국의 식물학자 탠슬리(A.G.Tansley)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생물군과 외부의 무기적 환경요인이 서로 상호작용해 종합체계를 이루는 것을 일컫는다. 생태계는 빛, 기후, 토양 등의 생물외적 요소와 기능을 중심으로 크게 생산자·소비자·분해자로 생물요소가 나뉜다. 생물요소는 먹이사슬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에너지와 영양분의 순환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도태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생태계 개념은 콘텐츠 분야에도 차용된다. 콘텐츠 생태계는 창작물이 유통과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재창작의 원천으로 이용되는 순환체계로 이뤄져 있다. 이때 정부 정책이나 산업여건 등은 태양에너지나 토양 같은 무기적 환경요인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생태계는 저작권과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이라는 궁극 목적을 위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서로 상충된 이익을 조화롭게 맞춰보고자 하는 취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요컨대 유기물 생산자인 창작자를 보호하면서 생산된 유기물의 순환과정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저작권을 매개로 한 상생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어사전에서 상생(相生)의 뜻을 살펴보면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감’이라고 짧게 나온다.

하지만 이는 본래 동양의 음양오행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목(木)은 화(火)를 낳고, 화는 토(土)를 낳고, 토는 금(金)을 낳고, 금은 수(水)를 낳고, 수는 목을 낳는다고 하여 서로 조화를 이뤄 순환함을 설명하는 말이다. 결국 하나의 창작이 소비로 연결되고 계속 또 다른 창작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상생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저작권법의 이상과 달리 저작권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을 비롯한 디지털 환경의 눈부신 발전은 저작권 생태계를 받쳐오던 토양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아 기존의 균형 메커니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음악감상 방법으로 등장한 스트리밍 모바일 라디오 서비스가 그렇다. 1995년 이후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라디오 방송을 실현한 리얼오디오(RealAudio) 덕분에 수많은 개인 방송이 생겨났고, 2007년 아이폰의 출시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인터넷 라디오뿐 아니라 AM·FM 라디오까지 모두 청취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바일 인터넷과 방송을 더 이상 차별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됐다. 판도라(Pandora), 라스트FM(Last FM) 등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2013년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다운로드는 2.1% 감소한 반면에 스트리밍 서비스는 51.3% 늘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음악 송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삼성의 밀크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 음악저작권단체에서 ‘음원=무료’라는 인식의 확산을 우려하는 입장을 밝힌 후 시장에 적잖은 혼란을 불렀다. 지금도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음악 저작권 사용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과거 기준에 적용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음원 시장의 중심이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 더 다양한 서비스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정리와 해법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를 맞아 저작권계에 필요한 시대정신을 나타내는 말로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더 큰 이익을 얻는다’는 뜻으로,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諸葛亮)이 한 말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저작권 시장 발전을 위해 창작을 활성화하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되, 양보와 타협으로 파이를 키움으로써 서로 이익을 넓히도록 힘써야 할 때다.

올해는 마침 무리생활을 하면서도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잘 지켜나가는 동물인 양의 해다. 우리 저작권 생태계도 이해를 바탕으로 배려하면서 지혜를 모아 상생 발전을 위한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osj@copyrigh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