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해 해저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설명하는 구조가 우리나라 주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동해 형성에 관한 연구에서 우리나라 해역이 연구의 중심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김한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관할해역지질연구센터장은 20년 넘게 동해 해저 연구에 주력해온 해저지질 전문가다.
김 센터장은 동해 형성에 관한 지구물리학적 연구와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 탐사, 통가해저화산 칼데라 구조의 영상화, 탄성파 자료 처리 연구 등으로 지난 5년간 지구물리분야에서 국제과학기술색인(SCI)급 논문만 16편을 내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연말에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KIOST인상’을 수상했다.
“동해는 태평양 판이 아시아대륙 아래로 침강하는 섭입대에서 만들어진 바다입니다. 일본열도는 과거 약 3000만 년 전까지 한반도에 매우 가까웠거나 거의 붙어 있었습니다. 과학 선진국 학자들이 일본 열도가 언제 어떻게 떨어져 나갔는지를 구명하는 연구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반도 주변 지질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해 겉핥기식 연구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얻은 자료를 이용해 정확한 결과를 제시하고자 한 게 제 연구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김 센터장은 1990년대 건조된 연구선 ‘온누리호’ 덕에 20년 넘게 한반도에 가까운 동해 지질구조를 자체 탐사하고 대형 에어건과 해저면지진계를 이용해 해저 지각구조를 밝혀왔다.
김 센터장은 과거 남서 일본열도가 한반도에 거의 평행하게 남북방향으로 가까이 있다가 남동쪽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했다는 사실과 일본열도가 떨어져 나갈 때 새로운 해양지각이 형성되면서 동해가 생겨났다는 것을 밝혀내 관심을 끌었다.
“박사과정까지 탄성파 자료처리를 공부했습니다만, 일본이 동해에서 많은 연구비를 쓰면서 연구 성과를 내는 데 반해 우리는 그동안 연구여건이 좋지 않아 동해에 애착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연구결과가 모자한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김 센터장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 대비 4%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뿐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아래서도 정부가 R&D에 공을 많이 들여온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최근 서해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동해에 비해 서해 지진지체 구조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되지 않아 해양지구과학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과학자로서의 신념도 들려줬다. 과학자로서 질문을 만드는 것은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답을 하기 위해서는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실천을 잘 하기 위해서는 동기를 잘 찾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한 연구와 우리나라 관할해역의 지질구조를 조사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기상청 지원을 받아 6년째 4기 단층의 분포와 활동성을 연구 중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