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다음 달 설날을 전후로 부평 1공장 중형차 생산설비 구축공사를 시작한다. 현재 부평 2공장에서 생산하는 중형차를 1공장에서도 생산하는 것으로 ‘부평 1·2공장 통폐합설’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 생산 물량 감소가 공장 통폐합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자동차 제조 기반 위축이 우려된다.
11일 한국지엠과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설날 연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2월 18일 전후 부평 1공장에 중형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공사에 들어간다. 차량 하부 부품의 결속 지점을 결정하는 ‘로케이트 핀’ 간격 조정이 공사 핵심이다. 로케이트 핀 간격은 생산 차급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 부평 2공장은 말리부·캡티바·알페온 등 중형차와 준대형차 생산을, 부평 1공장은 젠트라·트랙스 등 소형차와 준중형차 생산을 맡아왔다. 설비 공사가 완료되면 1공장도 말리부 후속 모델을 포함한 중형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회사는 노조 측에 “2공장 생산 차종인 말리부의 후속 모델을 1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말리부 후속 모델은 같은 중형차급인 앱실론으로 알려졌다.
결국 2공장 생산 물량을 1공장으로 가져가는 기반 공사라는 분석이 회사 내외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종이 예정된 알페온 후속 모델인 임팔라 역시 국내 생산 계획이 없어, 앱실론을 1공장에서 생산하면 2공장 생산 차종은 캡티바 한 차종만 남게 된다. 캡티바 역시 후속 모델의 2공장 생산 계획이 없다. 2공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국내 생산 물량 감소가 공장 통폐합 수순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회사 생산 물량은 지난 2013년까지 78만대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57만3088대로 급감했다. 예년까지 12월 생산량을 감안하면 지난해 생산 물량은 60만대를 갓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인한 유탄을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고스란히 떠안은 형국이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군산 공장 역시 크루즈 차세대 모델(D2LC) 생산이 결정됐음에도 1교대제 전환과 생산 감소를 논의 중이다.
공장 통합과 생산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노조도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종환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은 지난 5일 부평 공장 시무식 직후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향후 사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노조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통상 공장 설비 공사는 가동이 중단되는 연휴 기간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설날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남은 만큼 공사 일정과 내용을 확정적으로 얘기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