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한번 생각해보자. 게임에서 나오는 다양한 효과음들이 듣기 좋은 소리들일까? 배경음악이야 게임 분위기에 맞춰 긴박감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니 분위기 말고는 구태여 거슬리는 소리를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들려오는 각종 효과음들은? 이것들은 듣기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각종 3D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효과음들은 단순히 게임에 대한 몰입도 및 긴장감 조성 차원을 넘어 게이머의 눈 뿐 아니라 귀로도 게임 속 현 상태와 놓인 처지를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고가의 게이밍 헤드셋이 필요하게 된 이유도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 첫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왜곡하지 말 것=이어폰 혹은 헤드폰이라 부르는 퍼스널 음향 출력 장치는 보통 각각 특성에서 비롯하는 풍부함 음량을 바탕으로 청취자에게 듣기 좋은 음악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이렇게 듣기 좋은 음악 소리와 달리 귀에 거슬리는 소리까지도 모두 들려주는 것들이 있다. 바로 모니터링용 기기들이다. 악기에서, 혹은 편집한 음향 소스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 심지어 악기 결함이나 잘못 녹음된 소음까지도 거르지 않고 들려주도록 만든 것이 모니터링 기기로 보통은 청취자 입장이 아닌 음원 공급자 입장에서 주로 쓰곤 한다.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게이밍 기어를 다루면서 정통 음악에서 생산적인 분야에 쓰는 모니터링 기기를 언급한 게 다소 엉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게이밍 헤드셋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젠하이저 G4ME ZERO의 음향 특성을 설명하려면 모니터링 기기에 대한 개념을 우선 인지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G4ME ZERO를 통해 음악을 들어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어폰이나 헤드셋 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강한 저음과 고음역과는 거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 음역을 폭넓게 소화해 어지간한 음역에서 소리가 갈라지거나 거칠어지는 정도는 매우 덜하지만, 묵직하게 울리는 강한 저음역이나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고음역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부피가 큰 밀폐형 헤드셋이지만 회전식 관절 구조를 통해 보관하거나 휴대하기 편리하다.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탄탄한 중음역을 바탕에 둔 편안한 소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간단히 말해 조금 신경 써서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모조리 분리해낼 수 있을 정도로 음원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즉, G4ME ZERO의 특성은 모니터링 기기의 그것과 완벽하게 닮아있다.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3가지 조건

흔히 접할 수 있는 게이밍 헤드셋의 소리 특성은 강한 저음역과 날카로운 고음역을 통해 음향 효과를 극대화하는 형식이다. 보통 게임은 빠르고 긴박하게 움직이는 역동성을 갖기 때문에 이런 강렬한 느낌을 주는 튜닝이 어울리긴 한다. 그런데 젠하이저는 왜 게이밍 기어 라인업의 고가 모델인 G4ME ZERO의 음향 특성을 흔히 생각하는 게이밍 헤드셋과 상반되게 튜닝했을까? 이것은 서두에서 언급한 게임 효과음의 역할 비중이 커졌다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게임 속 공간에서 들려오는 각종 음향을 게이머의 두 귀로 가감 없이 들려줌으로써 게이머는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는 시각적 정보에 더해 상황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강렬한 효과음도 게임에 몰입하는데 좋지만 ‘임펙트’에 치중한 나머지 걸러져버린 미묘한 음향 정보가 게임을 진행하는데 중요한 방향을 가를 수도 있다는 것. G4ME ZERO가 들려주는, 한편으로는 듣기 편안하지만은 않은 소리는 이런 왜곡을 배제하고자 튜닝된 것이다.

젠하이저 G4ME ZERO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인 아이오 인터렉티브와 협력했다. 이들은 게임 속 공간을 극사실적으로 구성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게이머가 마치 현실에서 겪는 듯한 몰입감을 갖추게 하도록 영화 제작을 방불케 하는 음향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적용한 노하우를 G4ME ZERO에 그대로 녹여넣은 결과가 위와 같은 음향 특성이다.

오버 스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가진 마이크는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깨끗하고 또렷한 음성을 전달해준다.

◇ 둘째, 게이머 주변이 아닌 게이머 자체만 고려할 것=젠하이저 G4ME ZERO는 게이밍 헤드셋으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밀폐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보통 밀폐형 구조는 헤드폰을 통해 나오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외부로부터 잡음이 유입되어 음악 감상 등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하고자 취하는 구조다. G4ME ZERO처럼 귀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형태는 이런 밀폐형 구조를 극대화하기 위해 많이 쓰며, 주변에 방해도, 주변으로부터 방해도 없이 혼자만의 청음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밀폐형 구조의 차음 성능은 기기마다 다르다. 차음 구조는 푹신한 재질로 만드는 이어 패드가 밀착면을 형성하고, 헤어 밴드의 탄성이 양쪽에서 밀착면을 압박하는 원리로 되어 있다. 즉, 이어 패드가 아무리 부드럽다 하더라도 헤어 밴드로부터 가해지는 압력이 강하면 차음이 잘 되는 대신 착용감을 떨어뜨리고, 압력이 약하면 차음 성능을 떨어뜨린다.

G4ME ZERO의 차음 성능도 이런 부분에서 딜레마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G4ME ZERO의 헤어 밴드 압력은 조금 강한 편이지만 차음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전통적인 청음용 헤드폰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G4ME ZERO의 밀폐형 구조는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G4ME ZERO가 자리하는 분야로 넘겨서 본다면 얘기가 다르다.

게임 중 조작할 때 움직이지 않도록 헤어 밴드는 다소 강한 탄성을 갖는다.

만일 헤어 밴드 압력이 좀 더 약하다면 게임 중 통신을 위해 마이크를 내리거나 올릴 때 헤드셋이 적절하게 고정되어 있지 못하고 움직일 것이다. 차음 성능은 또 다른 문제다. 게이밍 헤드셋을 쓰는 환경은 보통 주변을 고려해야 할 만큼 정숙한 환경이라고 하기 어렵다. 즉, G4ME ZERO의 밀폐형 구조가 추구하는 차음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소음이 게임 속 음향 효과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그보다는 이 밀폐형 구조가 게임 속 음향 효과를 게이머에게 얼마나 정확하고 온전하게 들려주는가가 중요하다. G4ME ZERO의 밀폐형 구조는 이런 측면에서 적절한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셋째,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정확한 통신 성능을 제공할 것=게이밍 기어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아닌 헤드셋이 필요한 까닭은 그만큼 게임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협업을 통해 진행해 나가는 멀티 플레이 개념을 강하게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나 아닌 누군가가 나의 협력자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게임을 진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로컬 영역에서 멀티 플레이를 즐겼으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광역 네트워크 상에서 누가 어디에서 접속하든 상관 없이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발전했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헤드폰이 아닌 헤드셋이 필요한 까닭이 생겨났다.

팀웍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바로 옆에서 서로 대화해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것과 서로 완전히 떨어진 곳에서 접속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렇다고 게임 도중 마우스 등 게임 도구를 손에서 놓고 채팅창을 열어 일일이 타자를 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게임 속 상황이라면 채팅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럴 때 헤드셋의 마이크를 통한 음성 채팅이 매우 유용하다.

좌측 유닛에 자리한 마이크는 위로 들어올리면 묵음 상태로 바뀐다. 우측 유닛에는 음량 조절용 다이얼을 갖췄다.

젠하이저 게이밍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는 오버 스펙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감도는 물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통해 불필요하게 유입되어 대화를 방해할 수 있는 잡음까지 차단한다. 과연 이렇게 뛰어난 감도를 갖춘 마이크가 게이밍 헤드셋에서까지 필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 고성능 마이크는 서로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각각 접속한 게이머들이라도 주변 환경은 무시한 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명확한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어떤 분야에서든 보급형 기기가 범용성을 강조해 적용할 수 있는 어떤 분야에 적용해도 어느 정도 성능을 보장하는 반면, 고가 전문 기기로 넘어가면 용도를 세분화하고 각각 용도에 최적화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극한의 전문성을 띄곤 한다. 젠하이저 G4ME ZERO에서 볼 수 있는 특징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이오 인터렉티브와 콜라보레이션은 G4ME ZERO가 가진 전문적 특성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모니터링 기기의 특성과 닮은 음향 특성은 듣기 좋은 소리라는 청음 기기 특성을 배제한 채 게이머가 게임 속 상황에 최대한 녹아들 수 있도록 왜곡을 억제했고 밀폐형 구조는 주변 환경 영향을 극소화한 채 게임 속 음향 효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고성능 마이크는 멀티 플레이에서 공간을 뛰어넘은 게이머 간 통신을 구현해준다. 젠하이저 플래그쉽 게이밍 헤드셋답게 G4ME ZERO는 게임이라는 특정한 분야에서 가장 현실적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장지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