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태양광사업에 진출한 뒤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태양광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한 우물을 파며 뒷심을 낸 결과다. 최근 그룹 내 사업평가에서도 수위권에 올라서는 등 태양광사업 위상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태양광사업 투자를 지속한 구본준 부회장의 선택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태양광사업부는 지난해 3·4분기 연이어 흑자를 냈다. LG전자가 태양광사업에서 흑자를 낸 것은 지난 2010년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시황 부진 속에서도 LG전자가 연구개발(R&D) 및 양산 투자를 이어가며 성과를 낸 배경으로 구본준 부회장의 뚝심을 꼽는다.
구 부회장은 당장 이익보다는 기술개발과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선택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LG전자는 이후 결정질·박막 태양전지 사업에 동시 투자를 병행하며 태양광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규모를 앞세운 중국 기업과의 경쟁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국내 대다수 기업이 태양광사업을 포기하거나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LG전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LG전자는 반대로 고효율 결정질 태양전지 개발에 투자를 집중했다. 덩치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양 보다 질’로 대응하자는 전략이었다. 태양광시장 불황이 극에 달한 지난 2013년 경북 구미에 결정질 태양전지 생산라인 일부를 기존 P타입 기반에서 프리미엄인 6인치 N타입 기반으로 전환하며 고효율 태양전지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연산 80㎿ 규모 고효율 N타입 태양전지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중저가 제품 경쟁이 치열한 태양광시장에서 LG전자가 차별화할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
구 부회장의 태양광사업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추진한 그룹사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LG는 주요 계열사 공장을 활용해 총 20㎿ 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전자·LG실트론·코카콜라 등 주요 계열사 공장 지붕과 유휴부지를 활용, 총 19㎿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LG전자가 태양광 모듈을 제공하고 서브원이 시공을 담당하면서 관계사 간 시너지를 모색한 이 사업 역시 구 부회장이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가 나타나면서 태양광사업의 위상도 크게 제고됐다. 지난해 매출 신장, 미래성 등을 고려하는 그룹 내 사업평가에서 최초로 상위 그룹에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캠퍼스 내 소자재료연구소를 연구원으로 전환하고 태양광 관련 R&D를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태양광처럼 불확실성이 큰 사업은 오너의 의지가 없으면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실제 국내에서 태양광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은 LG전자와 더불어 김승연 회장이 복귀한 한화 정도다. 삼성은 그룹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광을 지목하고 투자를 이어갔지만 현재는 사실상 신규 투자를 모두 중단한 상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