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내 혁신 가전 싱크탱크 ‘프로젝트 이노베이션팀(PIT)’을 이르면 연내 러시아에도 설치, 8곳으로 늘린다. 러시아 등 신흥 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을 확충, 시장을 공략한다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13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연내 PIT와 ‘라이프 스타일 연구소(LRL)’를 러시아에 개설한다. PIT·LRL은 2006년 조직돼 2007년 미국 산호세에 처음 설치된 후 영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7개국에 마련된 싱크탱크다. 지난해에는 한국총괄 산하의 서울, 남미를 관할하는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문을 열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도 지원역할을 하는 소규모 인력을 배치했다.
PIT·LRL은 한 곳당 10여명 내외의 인원이 상주해 현지향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모아 상품화 가능성을 연구한다. 지금까지 북미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 1등을 차지한 ‘4도어 프렌치도어 냉장고’, 와이파이로 실시간 사진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 카메라’ 등 시장을 이끈 제품들이 PIT·LRL에서 제안됐다. 특히 이번 CES 2015에서 화제가 된 세계 최초의 애벌빨래(초벌빨래) 세탁기 ‘액티브 워시’, 지난해 주목을 받은 ‘워터월 식기세척기’도 PIT·LRL의 작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액티브워시의 애벌빨래 기능은 인도 PIT의 제안을 상품화한 것”이라며 “워터월 식기세척기의 경우 맨 위의 유텐실(식기 거치 바구니)을 빼내는 것만으로 모든 유텐실을 뺄 수 있는 기능이 PIT·LRL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엣지’의 커브드(곡면) 콘셉트도 미국 PIT에서 6년 전 첫 아이디어가 나와 지난해 빛을 봤다.
삼성전자는 PIT·LRL의 러시아 확대로 독립국가연합(CIS) 등 동구권 시장 소비자들의 성향을 보다 쉽게 파악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특히 경영환경 악화로 전사적 긴축경영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R&D만큼은 놓지 않는다’는 경영진의 뜻이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1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7.75%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러시아는 저유가발 경제 위기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을 선제 공략한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윤부근 대표도 CES 기간 중 기자 간담회에서 “경기가 안 좋을수록 차별화해서 다가가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 삼성전자 PIT·LRL 설치 현황 (자료: 삼성전자)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