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묻지마 식’ 투자 전략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에서만큼은 적중했다. 초기엔 급격한 생산량 증가로 공급 과잉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생산량 1위에다 글로벌 LED 업체들까지 현지 업체 제휴에 애를 쓸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4~5년간 LED 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금을 대폭 지원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 중국 정부는 LED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이 소식에 국내 LED 칩·조명 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반사이익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제 중국 LED 업체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어도 될 만큼 자생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뒷북치던 중국이 이제는 앞서서 북 치고 장구 치며 글로벌 LED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중국이 급성장할 때 우리 정부는 과잉공급만을 탓하며 뒷짐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래성장동력 산업임을 연일 강조했지만 뚜렷한 지원책 하나 없었다. LED 조명 보급 장려책도 소심했다. 지난해 LED 산업 보조금 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27% 줄었고 올해도 25% 감소했다.
정부는 중국 제품의 국내 진입을 막겠다며 제품 검증 수위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 업체들에 걸림돌로 작용했고, 중국 제품들은 여러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최근 LED 조명 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선정 여부를 앞두고 논란이 거세다. 그동안 안방을 중국 업체에 내줬던 만큼 대기업에도 개방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범람하는 중국 제품을 막을 대책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미 늦었다.
정부가 이제라도 챙겨야 하는 것은 응용 제품 개발과 차세대 신기술 개발이다. LED분야 기술 벤처 기업을 육성해 대기업과의 상생 협력할 수 있도록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한다. 업계가 지금의 위기상황을 놓고 정부 탓으로만 돌리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메아리 없는 외침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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