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코리아가 1월 13일 5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인텔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코어M(Core M) 프로세서와 더불어 코드명 브로드웰(Broadwell) 세대 프로세서다.

가장 큰 특징은 공정 미세화. 이 제품의 제조공정은 14nm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하스웰(Haswell)의 제조공정이 22nm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 미세화를 통한 혜택을 기대해볼 만하다.

◇ 14nm 제조공정으로의 전환 꾀한다=인텔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른바 틱톡(Tick Tock) 전략을 바탕으로 프로세서 개발을 진행해왔다. 쉽게 말하자면 틱은 공정 미세화, 톡은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 아키텍처 도입을 말한다. 틱과 톡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 것. 예를 들면 코어 M이 아키텍처 도입이었다면 이번에는 같은 기반으로 공정 미세화를 한 것이다. 인텔은 이런 식으로 2010년 웨스트미어(Westmere)에 이어 2011년 샌디브리지(Sandy Bridge), 2012년 아이비브리지(Ivy Bridge), 2013년 하스웰, 그리고 올해 브로드웰까지 5세대를 선보여 왔다.

인텔코리아 이희성 대표는 “이런 인텔의 프로세서 발전사의 밑바탕이 되는 건 무어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인텔이 무어의 법칙을 내놓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무어의 법칙이 회사와 고락을 함께 할 만큼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물론 인텔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무어의 법칙은 “자연의 법칙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처럼 오래된 건 아니지만 인텔이 오래 전부터 새로운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자주 써먹는 방법으로 설명을 하면 이렇다. 2010년 첫 선을 보였던 1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지금 갓 나온 5세대를 견주면 같은 조건에서 노트북 두께는 26mm에서 7.2mm까지 줄어들고 TDP(열설계전력)는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래픽은 7배가 빨라졌고 CPU 성능은 2배, 하지만 배터리 수명은 2배가 늘었다.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 공정 미세화의 혜택도 당연히 반영된 것이다. 1999년 인텔 프로세서의 제조공정은 180nm였다. 그러던 것이 2003년에는 90nm, 다시 2007년 45nm, 2009년 32nm를 거쳐 올해 14nm까지 미세화된 것이다. 공정 미세화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쉽게 말해 같은 크기에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만큼 성능은 높이면서 비용은 줄이고 저전력이라는 3가지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간섭현상 등 문제점도 있다. 인텔은 트라이게이트(Trigate) 트랜지스터를 22nm 제조공정 아이비브리지에 접목한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인 5세대 코어 프로세서에는 2세대 격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가 들어갔다. 기존에 3개이던 핀 개수를 2개로 줄인 대신 핀 간격은 줄이고 높이는 올린 것이다. 덕분에 집적도는 높이면서 전력 소비량을 줄었다는 설명이다. 인텔의 설명을 빌자면 트라이게이트 개선으로 인한 효과 덕에 와트당 성능은 2배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공정 미세화로 인한 혜택은 같은 브로드웰을 기반으로 한 코어 M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코어 M에 들어간 트랜지스터 수는 13억 개다. 반면 5세대 코어 프로세서에는 19억 개가 들어간다.
5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전 모델과 견주면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46%가 늘었지만 다이 크기는 27% 줄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그래픽. 다이 전체에서 그래픽 관련 부분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다. 덕분에 3D 그래픽 성능은 22%, 동영상 변환은 50%, 그래픽 유닛당 성능은 20%가 늘었다. 비디오 엔진 대역도 2배다.
배터리 시간도 1.5시간 늘었다. 성능 개선 정도로 따지면 20∼30%다. 다만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생산성의 경우에는 4% 향상에 머문다. 이 점을 종합해보면 5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프로세서 속도 자체를 높인다기보다는 제조공정 미세화와 이를 통한 배터리 시간과 GPU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로드웰이 모바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은 대목이다.
◇ “역사상 가장 빠른 노트북 교체 이뤄질 것”=인텔코리아는 이 날 발표회를 꽤 성대하게 치렀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희성 대표에 따르면 “노트북의 교체주기는 4∼5년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인텔 제품으로만 따지면 4∼5년 전이면 거의 1세대 코어 프로세서 시절이다. 인텔코리아는 올해가 이들 코어 1세대 보유자가 5세대로 교체할 시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1∼3월은 한 해 노트북 장사에서 대목 격인 소위 ‘아카데미 시즌’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HP와 에이수스, 에이서, 델, 레노버 등 7개사가 이 달 안에 5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얹은 모델을 일제히 선보일 계획이다.
1~3월은 소위 아카데미 시즌으로 불리는 노트북 판매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도 일제히 행사를 진행한다.
인텔코리아의 설명을 보면 1세대와 5세대는 차이가 꽤 크다. 키보드만 있던 시절에서 터치나 음성인식까지 들어가는 시대가 됐고 화면 크기는 11.6인치에서 13.3인치, 해상도는 1366×768이 주류이던 시대에서 3200×1800까지 높아졌다. 두께도 28mm에서 15mm로 줄어들었다. 성능 차이는 더하다. 오피스는 2.5배, 전력 소모는 2분의 1, 대기시간 전환은 9배나 차이가 난다. 체감 성능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를 들어 이 대표는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노트북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날 성대한 출정식의 이유이기도 하다.
인텔코리아가 이 날 발표한 5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TDP 28W 버전 4종과 15W 버전 10종까지 총 14종이다. 28W 버전에는 아이리스 그래픽이, 15W 버전에는 HD그래픽스가 들어간다.
한편 인텔코리아가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인텔은 태블릿용 프로세서인 코드명 체리트레일(Cherry Trail)도 출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14nm 제조공정을 적용한 것으로 기존 베이트레일(Bay Trail)을 대체할 예정이다. 이런 점을 보면 인텔이 올해 상반기 노트북과 태블릿을 대상으로 14nm 제조공정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성능을 위주로 한 제품은 하반기에 나온다. 올해 중반 이후 TDP 45W 이상인 5세대 코어 프로세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