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트렌드 변화는 일부 업체에는 큰 기회가 되지만 또 다른 업체에는 위기로 다가온다.
스마트폰 디자인이 플라스틱에서 메탈 케이스 쪽으로 무게 축이 옮겨가면서 국내 사출 업체들은 위기에 봉착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가뜩이나 수주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메탈 케이스 업체들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인탑스·신양엔지니어링·우전앤한단 등 주요 플라스틱 케이스 생산업체들은 지난해 유례없이 실적이 악화됐다. 한계에 다다른 일부 플라스틱 사출 업체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플라스틱 케이스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한 데다 배터리 케이스 등 액세서리 수요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케이스 사출 업체들은 실적 고공행진을 기록했고 사출 관련 부품·장비 시장도 호황을 보였다.
그러나 파티를 즐길 시간이 길지 않았다. 스마트폰 디자인이 플라스틱에서 메탈 소재로 무게 축을 옮긴 탓이다. 스마트폰 세계 시장 1위 기업 삼성전자의 변화가 결정타였다. 그동안 플라스틱 소재를 고집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알파 출시를 계기로 메탈 케이스 채택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노트4에도 메탈 케이스가 적용됐다.
현재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채택 비중은 7% 수준이다. 내년 이후에는 그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메탈 케이스 디자인에 집중하면서 후발 중국 기업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플라스틱 케이스 수요가 줄면서 선두권 사출 업체들은 메탈 케이스 설비투자를 검토 중이다. 가능한 기존 설비를 활용하되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 구입을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지난 몇 년간 대다수 업체가 베트남 진출, 사출기 구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만큼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할 여력이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출기를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감각상각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메탈 케이스 투자까지 단행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플라스틱 케이스 업체들이 수익은 내지 못하고 없는 자금만 계속 쏟아 붓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