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또 다시 급락세로…배럴당 40달러선 위협

배럴당 50달러선이 붕괴된 국제유가가 일주일 만에 40달러선을 위협받는 등 좀처럼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원가절감 등으로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지만 정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국제유가의 단기간 급락으로 새해 벽두부터 막대한 손실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전일보다 2.37달러 하락한 4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2월물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0.18달러 하락한 45.89달러, 런던 ICE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0.84달러 내린 46.59달러에 각각 마감됐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나서지 않는 상태에서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일부 국가가 증산계획을 밝혀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거침없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OPEC의 산유량 동결 발표 이후 두바이유 가격은 75달러선에서 폭락하기 시작해 12월 15일 60달러선, 새해 1월 6일 50달러선이 붕괴된 데 이어 일주일도 안돼 4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국제유가 전망치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브렌트유 가격의 3개월 전망치를 평균 배럴당 80달러에서 4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절반 가까이 낮춰 잡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의 3개월 가격 전망치도 배럴당 70달러에서 41달러로 내렸다.

유가 하락이 국내 산업계의 원가절감, 소비자물가 안정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별 희비는 당분간 엇갈릴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이날 유가 하락의 긍정적 효과는 기업 부문의 비용 감소에서 먼저 나타나고 가계의 구매력 증대로 점차 확산되는 과정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제조비용에서 전력·가스·운송비 비중이 높은 업종이 가장 빠르게 수혜를 얻는다는 전망이다.

반면에 정유업계는 단기간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발생으로 당분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유업계의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금액은 2조원대로 추정되는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당분간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유소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14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값은 리터당 1527원으로 내려갔다. 특히 전일 정유사가 공급 기준가를 리터당 49원씩 내리면서 1300원대 주유소는 서울 9곳을 포함해 전국 250여곳까지 늘었다. 충북 음성과 경북 안동에는 1200원대 주유소도 등장한 상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