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계적 수준으로 전장품 통합 검사…차세대 `HILs` 본격 도입

현대·기아자동차가 완성차에 탑재되는 전자제어장치(ECU)의 성능과 오류를 통합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개별 부품뿐만 아니라 ECU 통합구동 검사가 가능해 전장품 전반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장품 탑재 비중이 높아진 자동차의 완성도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버추얼비이클(가상차) 테스트가 가능한 차세대 하드웨어인더루프(HILs) 시스템을 구축해 향후 1~2년 내 적용을 마칠 계획이다. HILs는 자동차 ECU 성능과 오류를 검사하는 장비로, 이를 고도화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ECU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버추얼비이클 테스트도 가능하다.

현재 현대·기아차와 부품 업계가 보유한 HILs로는 개별 부품과 모듈 수준의 전장품 오류를 잡아낼 수는 있지만, 통합 구동 검사에는 한계가 있었다. ECU가 통합 구동될 때 발생하는 오류는 부품·모듈 수준이 아닌 가상의 자동차 한 대를 통째로 만드는 수준의 검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엔진 ECU와 조향 ECU 각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두 부품이 함께 작동할 때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오류를 잡아내려면 여러 개 ECU를 통합 구동시키면서 실시간으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같은 검사를 수행하려면 고도화된 HILs 장비가 필요하다.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HILs와 버추얼비이클 테스트를 본격 적용하면 실제 주행환경과 유사한 수준에서 전장품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주행환경에서는 여러 개 ECU가 동시에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기존보다 검사 수준을 대폭 향상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2012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 사례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다임러, 혼다, 스즈키 등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년 전부터 HILs를 도입해 버추얼비이클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현대·기아차 역시 이들과 맞먹는 HILs 시스템을 도입해 전장품 검사 역량을 세계 수준에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는 디스페이스, 이타스, 내쇼날인스투르먼트(NI) 등 5~6개 업체가 HILs 영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이들 중 복수의 업체와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조직운영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하드웨어인더루프(HILs)

HILs는 ‘하드웨어인더루프 시뮬레이션(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의 약자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의 성능과 오류를 검사하는 장비다. 여기서 하드웨어는 자동차의 ECU를 말한다. ECU를 검사한다는 의미에서 EILs(ECU In th Loop simulation)라 부르기도 한다. 단일 부품 및 모듈 검사만 가능한 장비부터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ECU를 통합 검사하는 버추얼비이클 테스트가 가능한 장비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