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볼보 V40 D2

볼보 ‘V40 D2’는 이 회사가 지난 한 해 단일 모델·트림으로는 최다 판매를 기록한 차다. 시리즈로 보면 고급 세단인 S80을 가장 많이 팔았지만 트림별로 나눠보면, 전체 2976대 중 V40 D2를 457대 팔아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가장 먼저 출시한 신차가 V40을 기반으로 한 ‘V40 크로스컨트리’인 것도 이런 인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보 본사 차원에서도 당분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할 차로 V40을 주목하고 있다.

[신차 드라이브]볼보 V40 D2

볼보의 이 같은 자신감에는 확실히 근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V40은 해치백을 뛰어넘는, 중형차 부럽지 않은 소형차다. ‘안전의 대명사라고 하지만 디자인은 별로’라는 볼보 차에 대한 편견도 깼다. 내·외관 디자인과 주행성능, 안전·편의 기능까지 모든 면에서 볼보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신차 드라이브]볼보 V40 D2

단조롭고 투박하기까지 한 볼보의 구형 세단만을 봐왔다면 우선 아담하면서도 늘씬한 겉모습에 놀란다. 수입 해치백의 대명사인 폴크스바겐 골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볼보 특유의 강인함(전면)과 젊은 감각의 날렵함(후면)을 동시에 갖춰, 개성 있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V40에 더 눈길이 갈 수 있다. 특히 보닛 뚜껑 위 아기자기한 주름과 패밀리룩이 어우러진 전면부 디자인은 장난기 가득한 아기 공룡을 연상시킬 만큼 귀엽다.

[신차 드라이브]볼보 V40 D2

‘D2’라고 해서 2.0ℓ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차의 심장은 2.0ℓ급 성능을 내는 1.6ℓ급 터보 엔진이다. 1560㏄ 직분사 디젤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해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7.9㎞에 이른다. 시내 주행 시 실연비를 측정해봐도 리터당 15~16㎞를 기록해 만족스럽다. 고속도로 주행 시 연비는 리터당 20㎞ 중반까지 찍힌다.

최대 출력 115마력에 최대 토크 27.5㎏·m를 내는데, 동급 수입 차량 중에는 가장 높은 출력이다. 덕분에 시내·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시원한 주행 성능을 뽐낸다. 어떤 주행에서도 묵묵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내는 해치백 특유의 전천후 매력이 살아 있다. 곡선 도로 주행 시 좌우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코너트랙션컨트롤(CTC)’도 주행 안정감을 더한다.

작은 차에 달린 고출력 디젤 엔진이 ‘소음 유발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확실히 창문을 열거나 시동을 켠 채 내리면 ‘탈탈탈’ 거리는 디젤 특유의 소음이 있다. 대신 차음은 확실히 했다는 느낌이 든다. 주행 중이든 정지 상태든 창문을 닫았을 때는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하이브리드나 고급 가솔린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원하는 소비자만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신차 드라이브]볼보 V40 D2

각종 안전·편의 장치는 중형차 부럽지 않다. 운전석에 무릎 에어백을 장착해 소형차의 구조적 단점을 보완했다. 소형차는 중·대형차에 비해 사고 시 충격을 흡수할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시보드 아래 무릎 에어백이 대시보드와 운전자 사이를 메워 충격으로부터 하체를 보호한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구현한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은 V40 D2에도 들어갔다.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으로, 시속 50㎞ 이하 주행 중 앞차와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지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안전의 대명사’라는 명성을 소형차에서도 버리지 않은 셈이다.

개방감을 높이는 파노라마 썬루프는 기본 장착했다. 썬루프 가리개는 2열부터 열리고 운전석부터 닫히는 구조를 채택했다. 덕분에 운전석과 뒷좌석 채광을 선택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여기에 전동식 메모리 시트, 퍼포먼스·엘레강스·에코 세 가지 모드로 변경할 수 있는 디지털 계기판, 테두리가 없는 프레임리스 룸미러 등을 채택해 실내 고급감을 크게 높였다.

프리미엄 트림에서는 사이드미러로 보기 힘든 장애물을 감지하는 사각지대경보(BSD) 기능, 평행주차 공간을 감지하고 속도와 운전대를 제어하는 주차보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차급은 소형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형차 못지 않은 편의 기능을 갖춘 셈이다. 가격은 3500만~3800만원 수준이니 ‘가성비 높은 프리미엄 해치백’이라는 볼보의 설명을 믿어도 좋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