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 지역주민 이해부족으로 난항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 전기자동차 민간보급 사업이 지역주민의 이해부족으로 정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많은 서울의 경우 공동주택 단지 내 다른 주민의 반대로 충전기 설치면적을 확보하지 못 하면서 전기차 구매 중도포기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서울시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의 실제 보급률은 현재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보급물량 182대 가운데 지금까지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은 60여대 수준이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공개 추첨에서 90대를 배정받아 지금까지 38대를 보급했고, 기아차는 62대 중 10대, 르노삼성은 25대 중 12대를 보급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전기차 한 대당 구입비 2000만원을 지원하는 민간보급사업에는 구매희망자가 대거 몰렸다. 보급목표치 182대보다 세 배 이상 많은 603대가 응모됐다. 시는 공개추첨으로 보급대상자 182명을 확정하고 나머지 421명의 대기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중도포기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기자까지 추가로 선정했지만 지금까지도 목표보급대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난항을 겪고 있는 주원인은 충전기가 들어설 전용 주차면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주민들은 “가뜩이나 주차공간이 부족한 마당에 전기차 구매자만 이용하게 될 전용 주차공간을 내어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기요금에 대한 오해도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같은 주민 공유공간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면 여기서 발생한 전기요금을 주민 전체가 나눠 부담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별도의 계량기를 이용하므로 전기차 이용자만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돼 있다. 홍보부족에서 비롯된 오해지만 전기차 이용자 한 명이 공용주택 주민 전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전기차 보급이 어려운 건 제주도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전기차 보급에 나서 다른 도시에 비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높은 제주도지만 지난해 9월 민간 공모를 통해 225명을 선정했음에도 현재 보급률은 90% 정도다.

사정이 이렇자 서울시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개인 소유의 전기차용 충전기를 공유하거나 주민 동의를 얻지 않고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했다. 완성차 업체와 함께 동의서 확보가 어려운 해당 아파트 입주자를 방문해 주민 설득에 직접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기가 포함된 전용 주차공간 확보 주민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충전기를 공유하거나 차량 탑재용 모바일 충전기로 대체하는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개인 소유가 아닌 공공시설물의 충전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