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진행하는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한다. 아직 초기라고는 하지만 당초 보급목표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사업 부진 원인이 여느 공공사업과 전혀 다르다. 단골로 원인을 제공했던 서울시와 완성차업계는 오히려 준비나 의지가 넘치는데, 수요자인 시민 협조와 동의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은 꼴이다. 주거형태로 압도적 비중이 높은 공동주택에 전기차 사용을 위한 필수 설비인 충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에 해당 주민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는다. 주차장 등 공유지 일부 공간을 전기차 사용자인 특정인에게만 할당해 줄 수 없다는 논리다.
일면 공동재산권 행사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한 발짝만 더 들어가면 ‘전기차를 쓰지도 않는 내가 왜 양보해야 해’ ‘서울시 설비를 굳이 왜 우리 아파트 단지에 설치해야 해’ 같은 집단 이기주의가 더 크게 작용한다.
전기차 충전시설은 쓰레기 소각장과 같은 혐오시설이 아니다. 엄청난 공간을 차지하는 설비도 아니다. 이미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 공공시설 여러 곳에 운영하고 있듯이 기존 주차구획 공간에 진공청소기 설비 크기의 장치만 세우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미래 지구환경과 친환경 교통을 확대하기 위한 공익 설비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우리 미래세대까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미래에 주거에 꼭 필요한 설비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 주거 가치를 높일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인구와 경제가 밀집한 곳이다. 한해 수백만명 외국인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이런 곳에 전기차 보급이 활발하다면 서울시 이미지도 높이고, 관련 산업도 빨리 키울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려면 특히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도 보급사업 성공 모델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라면 더할 나위 없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공동주택 충천설비를 확보하면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줄 수 있다. 미래를 위한 공동 투자가 집단 이기주의에 가로막히고 궁극적으로 주민 이익을 해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