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형 전기버스를 해부한다

[이슈분석]한국형 전기버스를 해부한다

올해 국내 여러 지방 자치단체가 전기버스를 실제 버스 노선에 투입한다. 전기버스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100% 전기로 구동하기 때문에 친환경 교통 환경 조성은 물론이고 연료비 절감에도 효과적이어서 차세대 대중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외 전기버스와 충전인프라에서 다양한 사업모델이 등장하는 가운데 최근 지자체가 도입을 검토 중인 한국형 전기버스를 집중 분석했다.

KAIST는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저비용 무선충전 전기버스 상용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 전기버스는 이미 시범 운영 중인 온라인 전기버스의 시행 착오에 바탕을 두고 성능뿐만 아니라 경제성까지 보완해 연내 실제 버스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편리한 미래형 충전기술

KAIST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무선 충전형 전기버스는 정차 시 차고지나 정류장 도로에 매설된 급전선로를 이용한 무선 충전이 핵심이다. 과거 운행 중 무선 충전 성능이 실제 도로 환경에 따라 충전 효율 기복이 심한 단점을 보완해 차량 정차 시에만 충전하도록 개선됐다. 여기에 충전 효율을 높여 배터리 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차량 가격을 낮췄다는 게 KAIST 측 설명이다.

이 전기버스는 도로에 전기선을 매설해 자기장을 발생시킨 뒤 자력을 무선으로 차량에서 공급받아 전기로 변환시키고, 이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버스 운행 중 충전소에 들러 충전해야 하는 일반 전기차와 달리 환승 등 정차 시 실시간 충전이 가능한 국내 최초 무선 충전 기술이 적용됐다.

자주 충전할 수 있는 덕분에 배터리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용량이 작아진 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데다 무게까지 감소하면서 운영 효율도 향상됐다. KAIST는 최근 기술 고도화로 버스와 도로 간 무선 충전 효율을 기존 70% 수준에서 85%까지 향상시켜 사업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버스는 200㎾(260마력) 전기모터와 60㎾h급 국산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적용한다. 정차 시 20㎝ 아래 바닥의 전기선을 이용해 충전하며 충전에 필요한 시간은 10분 미만으로 충전 편리성도 향상시켰다.

◇경제성 높다지만 기술 검증 필요

KAIST는 과거 ‘온라인 전기버스’ 경험에 바탕을 두고 차량과 충전 인프라 가격 경쟁력 향상에 주력했다.

실제로 기존 6억~7억원의 전기버스를 4억원에 제작 가능하고 충전 인프라는 교환형 충전방식(18억원)이나 온라인 방식(2억3000만원)보다 적은 1억5000만원에 구축할 수 있다는 게 KAIST 측 설명이다.

여기에 차량 운영 비용도 일반 CNG버스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KAIST는 지난해 구미시 시범사업(28㎞ 구간)에서 CNG버스의 연간 연료비가 2000만원에 달한 반면에 무선충전 전기버스는 4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순수 연료비만 따지면 일반 CNG버스의 20%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무선 충전의 효율성과 전자파 등의 검증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무선 충전은 비접촉 방식으로 기존 접촉식보다 효율이 20%가량 떨어지는 자기장 유도 기술이다. 여기에 높은 전자파와 자기장이 발생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또 도시에 설치하려면 도로를 파고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운영에 필요한 차량 및 충전 설비 비용도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버스에 비해 전기버스 가격이 두세 배가량 비싼데다 차량 한 대당 충전 설비 비용도 1억50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미시 시범사업에서 버스 냉방 시설로 발생하는 소음과 무선충전에 따른 차량 바닥과열 등 기술적 문제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AIST 관계자는 “전기차용 무선충전은 여전히 용량이나 이격 거리, 호환성 등에서 한계가 있지만 안전성·편리성·경제성이 뛰어나 BMW·벤츠·볼보 등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번 모델이 완성되면 선진국보다 앞서 상용 기술을 보유하는 것으로 시장 선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자동교환 전기버스는 운행을 정지한 상태에서 장시간 충전하는 일반 전기차량과 달리 전기버스 상부에 배터리를 탑재해 운행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버스정류장에서 충전 완료된 다른 배터리로 신속하게(1분 내외) 자동 교환해주는 시스템이다. 세계 첫 자동화 모델로 이미 포항시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새해 김포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일반 버스노선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첫 수익형 사업 모델

배터리 자동교환형 전기버스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부터 한국항공대 등이 수년간 연구개발(R&D)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최종 완성됐다.

전기버스 상부에 50㎾h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운행하다 배터리 충전·교환시설이 있는 정류장(BSS:Battery Swapping Station)에 고객 환승을 위해 잠시 정차하는 동안 90초 이내에 배터리 자동교환이 이뤄지는 게 핵심이다.

1회 충전 후 주행 거리는 약 60㎞지만 버스정류소에 BSS를 추가하면 운행 거리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특히 ICT를 활용해 버스의 운행 상황과 배터리 교환정보 등 모든 정보를 통합운영시스템으로 무인 관리하는 장점도 있다.

배터리 소모량과 BSS 이용 상황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버스 운영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BSS는 자동 배터리 교환뿐만 아니라 최다 열 개의 배터리를 동시 충전하도록 설계돼 최소한의 설비로 다수의 전기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이미 수익형 사업 모델도 등장했다. 국내 한 대형 통신사는 전기버스와 BBS 모델을 최근 지자체 두 곳에 구축 및 운영 사업으로 제안한 상태다.

사업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최소 사업자가 자금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한 후 해당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그 이후 10년 동안 사업권을 확보해 시설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는 구조다. 특히 고가의 배터리 비용을 고려해 버스 운송 사업자는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버스를 구매하고 배터리는 리스 방식으로 사용한다. 결국 버스 운송 사업자는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고 배터리 교환 시 충전에 따른 서비스 요금만 지불하기 때문에 초기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고가의 인프라와 안정성 검증 필요

편리한 장점에도 배터리 자동교환형 전기버스는 초기 인프라 투자비 부담이 크다는 우려다. 실제로 이 전기버스 운행에 필요한 BSS를 구축하는 데는 약 18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자체 교환과 충전이 로봇 방식으로 운행되는데다 ICT 등 첨단 기술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 비용만 따지면 일반 충전 설비에 비해 서너 배가량 더 든다.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의 상업 운행을 추진했으나 적자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최근 시의회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작업체 측은 한 개의 BSS로 다수의 전기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버스를 늘린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 도입으로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행에 따른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700㎏에 달하는 배터리를 버스 상단에 장착하다 보니 급 회전 시 차량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차량 상단부에 배터리를 위치시킨 탓에 급회전 시 차량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고, 운행 중 진동에 의한 고전력 배터리 연결부에 이격이 생길 수 있다”며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고려해 오랜 검증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온라인 전기버스 장·단점 분석>


【표】온라인 전기버스 장·단점 분석

<【표】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장·단점 분석>


【표】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장·단점 분석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