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자꾸만 늘어나는 데 취업문은 점점 더 좁아지는 현실 때문에 취업준비생의 고민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흔히 취업준비생의 ‘취업이 힘들다’는 단순한 고민일 것 같지만 실제 취준생들의 고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취준생의 고민이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20대 빚쟁이, 대기업 집착남’이라는 두 가지 고민을 안건으로 펀미디어에서 비정상취업 좌담회를 실시했다.
이재경 펀미디어 편집장
김예은 펀미디어 기자
취업준비생 대표(서강대 4학년)
대학생 취업지도 이 교수
황선희 YNK헤드헌터 이사
대기업 이 과장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다.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빚을 지게 됐다. 장학금을 받고 싶었는데 아르바이트 두개를 하다 보니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남들처럼 교환학생도 가고 싶어 친척에게 돈을 빌려 다녀왔기 때문에 1000만원정도 빚이 생긴 상황이다. 좋은 곳에 취업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언제 이 돈을 갚을지 막막하다. 취업 전에 오히려 빚만 생긴 현재 대학생들, 비정상인가.
▲이재경 펀미디어 편집장=요즘 대학 졸업과 취업 준비를 하려면 상상 이상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취업 전에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김예은 펀미디어 기자=비정상이라고 판단한다. 방학 때 할 수 있는 시급 높은 단기 아르바이트나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교내 아르바이트도 많다. 어려운 학생을 위한 아르바이트나 장학금을 적극적으로 찾아본다면 더 이상의 빚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취업준비생=대학 생활 중 여러 활동은 좋지만 요즘은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내 및 교외 장학금도 많다. 장학금에 성적이 걸림돌이라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학기 중에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업지도 이 교수=개인의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한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 무리수를 두지 않고 평탄한 안전대로를 걸을 확률이 높다. 지금은 1000만원이 큰 빚이지만 훗날 보면 그리 무거운 짐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황선희 YNK 이사=나도 대학시절 많은 빚을 경험해 봤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신입사원 시절 월급으로 다 갚았다.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당장은 그 무게가 크게 느껴지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생활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이 조금만 힘들어도 직장을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많은데 인생에서 어려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일단 취업해서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묵묵히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빚이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회사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디딤돌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뒤돌아 생각하면 그게 본인을 키운 힘이었다고 생각할 순간이 올 거다.
▲대기업 이 과장=부유한 친구들을 향한 콤플렉스가 심한 것 같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걸 보면 동기생보다 빚은 많지만 더 많을 걸 배우고 돌아왔을 텐데 본인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취업비용에 대한 부담 말고 본인만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취업 재수 중인 27살 남자다. 동갑인 여자 친구는 신부감 1위라는 교사다. 그에 비해 나는 취업 재수를 하고 있다. 대기업 원서만 넣었다가 취업에 실패해서 낮춰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여자친구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대기업 외에는 넣고 싶지 않다. 이런 것은 비정상인가.
▲이 편집장=같은 남자 입장에서 여자 친구한테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더 좋은 직업을 가져서 어깨 펴고 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기업 취업만이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에 앞서 자신에게 맞는 직무가 무엇인지,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회사는 어딘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김 기자=여자 친구만큼 좋은 직장에 취업해 남자로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취준생=반드시 여자 친구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나 형제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더 노력하되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면 우선 취직 이후 이직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김 교수=오히려 그 자존심이 학생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자 친구의 직업과 당신이 가는 길이 비교되는 직종은 아닌 것 같다. 어느 곳이든 당당하게 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황 이사=자존심을 붙잡고 있다가 취업재수가 아닌 ‘취업백수’가 될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부딪혀 보기 전에는 그 일의 가치를 알 수 없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자기 역량을 발휘할 기업이 많다. 외부 문제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본인에게 집중해 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 과장=대기업이 본인의 목표라면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본인이 왜 떨어졌고 어떻게 해야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는지, 대기업 직장인도 신랑감 1위는 아니니 여자 친구에 대한 자존심이 문제라면 서로 간의 대화로 풀어라. 정말 대기업에 꼭 가고 싶다면 다른 곳에서 실력을 키우고 이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