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수장이 뭐길래. ‘하려는 곳 vs 하지 않으려는 곳’

경제5단체가 본격적인 회장 선임 일정에 돌입했다.

경제단체장은 경제계를 대표하고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와 노동계, 대중소 기업 간 이슈를 놓고 대립하거나 조율하는 등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부 단체는 기피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회장 선임 분위기를 볼 때 이런 현상이 더 짙어지고 있다.

각각 다음달 10일과 27일 회장을 선임하는 전경련과 중기중앙회를 놓고 보면 이런 상황은 더욱 극명하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2개 경제단체의 선거를 보면 최근 정치·경제·사회 분위기까지 묻어난다.

재계의 맏형격인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의 임기가 내달 중순 끝난다. 전경련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앞두고 신임 회장 선출에 대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다음 달 10일 정기총회에서 2년 임기의 신임 회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허 회장은 2011년 2월 조석래 효성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 회장을 맡았고, 2013년 2월 재추대됐다.

현재 분위기로는 연임이 예상되지만 허 회장은 최근 “(회장 연임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3년 1월과 같은 반응이다.

현재 다른 주요 그룹의 총수 중에서 전경련 회장직에 도전하겠다는 후보가 없다. 의지를 보인 총수가 있지만 개인이나 그룹 차원의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는 후문이다.

반면에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중기중앙회는 7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기본적으로 부총리급 예우를 받고 중소기업 홈쇼핑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 또 수조원대 노란우산공제 등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계를 대변해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고위층을 수시로 만난다. 특히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 등과 맞물려 그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선거가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중기중앙회가 부정혼탁과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중앙선관위에 선거사무를 위탁했을 정도다. 지난 12일에는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혼탁해진 선거에 경종을 울린다며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출마의사를 밝힌 예비 후보는 김용구 전 중기중앙회장, 박성택 아스콘연합회장,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윤여두 농기계사업조합 이사장, 이재광 전기조합 이사장, 정규봉 정수기조합 이사장 등 7명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제5단체의 수장은 영예로운 자리지만 상황에 따라 때로는 책임과 논란을 한 몸에 안아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며 “최근 분위기는 대기업 회장의 경우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