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직무발명보상제도 활성화 시급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

지난 2005년 자신이 발명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보상금 소송을 제기했던 일본 니치아화학공업 전 연구원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니치아화학공업과 직무발명보상 화해가 성립된 후 일본의 직무발명보상제도에 실망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니치아화학공업은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개발한 청색 LED 기술로 인해 연간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최덕철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최덕철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기술이 고도로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기존 기술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개발은 대규모 연구시설과 인력, 그에 수반하는 막대한 연구비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직원들에게 개발 의욕을 높여 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고 시장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직무발명과 관련 발명자주의에서 사용자주의로 전환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핵심 내용은 기업과 종업원간의 분쟁이 빈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종업원이 개발한 직무발명 특허권을 회사에 귀속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종업원에 대한 보상금 지급 기준으로서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위해 사내보장규칙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발명진흥법에서 직무발명을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2014년 수행한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무발명보상 규정을 보유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41.7%로 조사됐다. 2013년 한 해 동안 발명신고, 출원, 등록에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 기업은 평균 1898만원 정도로 일본 기업의 평균 직무발명 보상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정부 또는 민간 R&D를 수행한 비율은 41.7%, NET(New Excellent Technology), NEP(New Excellent Product), 세계일류상품 등 각종 인증 획득 비율은 22.3%로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22.7%, 12.8%보다 각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아직 우리 기업 내에 안착되지는 않았지만 직무발명보상제도 자체는 기업의 R&D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발명진흥법을 개정(법률 제11960호, 2014년 1월 31일 시행)했다.

개정 전에는 직무발명의 승계나 보상규정을 구비하지 않은 때에도 모든 기업이 통상실시권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후 통상실시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한해서 사전에 관련 규정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직무발명은 형태와 내용이 다양하고 많은 기업과 종업원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명확한 직무발명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로 어느 제도가 일방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종업원에게 창의적 아이디어 발현과 혁신 창출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감안해 창조경제 실현을 핵심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정부는 기업의 직무발명 보상제도 도입률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개정된 발명진흥법의 직무발명보상제도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현재 대기업에 한정된 직무발명 관련 규정 도입의 의무화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 금전보상 위주의 직무발명보상에 따른 기업과 종업원간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상유형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덕철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cdc5050@kii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