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정유 업계 1위 기업 SK이노베이션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력인 정유 사업과 더불어 효자 노릇을 해온 석유개발(E&P) 사업도 반토막이나 실적 개선이 더뎌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3000~4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서 40달러대로 급락했다. 이로 인한 재고손실은 역대 최대인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정제 능력은 하루 80만배럴 수준이다. 국내 전체 정제 능력 40%에 달하는 수치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손실 규모도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실적 개선을 주도한 석유개발 사업 이익도 절반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이 추정한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사업 4분기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1850억원, 699억원 수준이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 22%, 영업이익은 42% 각각 감소한 수치다. 석유개발 사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단 한 차례도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4분기 유가 급락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석유개발 사업은 그동안 정유 사업 부진을 만회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 회사는 현재 6개국 25개 광구에서 석유개발 사업과 4개 L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 광구에서 우리나라 원유 수요 9개월치에 달하는 6억2900만배럴의 지분 원유를 확보했다. 일일 생산량도 7만4250배럴로 5년새 3배 이상 늘어났다. 석유개발 사업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384억원으로 전체 사업 가운데 가장 크다. 특히 2분기에는 1127억원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석유개발 사업 실적 감소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한 원유는 국제 유가와 연동해 정산하기 때문에 매출·영업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서 추정하는 올해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 사업 영업이익 예상치는 분기당 평균 650~750억원 규모로 지난해 대비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개발 사업은 그동안 실적 개선에 주된 역할을 충분히 해왔고 지금도 이익폭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이익률로 보탬이 되고 있다”며 “향후 유가가 안정되면 정유 부문과 더불어 석유 개발 사업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