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찰흙처럼 마음대로 구부리고 원상태로 쉽게 복원할 수 있는 플렉시블 메탈을 개발했다.
재료연구소(소장 김해두) 타이타늄연구실의 박찬희·염종택·홍재근 박사 연구팀(이하 연구팀)은 구부리거나 접어 사용한 후 다시 원상태로 돌릴 수 있는 ‘고감도 플렉시블 메탈’을 개발하고, 최근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고감도 플렉시블 메탈은 강도와 탄성이 뛰어나고 부식에 잘 견디며 생체 친화적이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별도의 장비 없이 이미 구축돼 있는 일반 메탈 제조 설비를 그대로 이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고온 성형이 아닌 상온에서 자유자재로 성형할 수 있어 부품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고감도 플렉시블 메탈이 이러한 성질을 갖는 이유는 독특한 원자 구조 때문이다.
금속의 특성은 최외각 전자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또 금속은 이상적 강도에 가까울수록 더 잘 휘어지고 잘 복원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금속은 이러한 이상적인 강도를 20% 내외에서 구현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정밀한 계산에 의해 이러한 전자 상태를 제어하고 이상적인 강도를 70%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고감도 플레시블 메탈은 초경량·초슬림화를 요구하는 스마트 기기의 금속 지지체로 적합하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적용하면 기존 대비 40% 이상 가볍고, 80% 이상 얇게 제작할 수 있다. 얇을수록 더 잘 휘어지고, 쿠킹호일처럼 주름이 지지 않아 원래 상태로 거의 완벽하게 복원된다.
재료연구소는 연 최고 50℃ 이상의 중동 지역, 연 최저 영하 70℃ 이하의 극지방, 일교차가 300℃인 달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료연구소는 관련 8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등록했고, 봉재 및 판재 등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박찬희 박사는 “고감도 플렉시블 메탈 개발로 이상적인 강도에 근접한 다양한 금속을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렸다”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가볍고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특성은 첨단 웨어러블 기기의 대중화와 산업화 크게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표-고감도 플렉시블 메탈의 이상적인 강도 비교
*자료 : 재료연구소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