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시장의 성장성을 놓고 국내 조명업체와 외국계 업체 간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내 업체는 LED 시장에 견줄만한 기술이 확보됐다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외국 업체들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뒷짐 지고 있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올해 OLED 조명 신규 양산 투자를 검토하는 등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에 외국계 조명 기업은 당분간 양산 계획을 접거나 시제품 출시 수준에서 연구 개발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LG화학은 올해 양산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파일럿 수준의 양산 라인으로 제품 생산을 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루멘/와트(㏐/W)급의 OLED 조명 패널을 출시했고, 올해 120㏐/W급, 2016년에는 130㏐/W급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올해 플라스틱 기반의 플렉시블 OLED 조명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조명 업체들이 50~60㏐/W급의 제품을 출시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다소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LG화학 외에도 주성엔지니어링, 네오뷰코오롱 등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OLED 조명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위태로워지면서부터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습과 불량 제품 유통 등으로 LED 시장에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그 대안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OLED 조명에 초점이 쏠리고 있다. 현재 광원 기준 200달러/klm로 거래될 정도로 가격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반면에 외국계 글로벌 업체들은 여전히 ‘눈치전’이다. 앞서 OLED 조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GE라이팅은 향후 2~3년 내 양산 계획이 없다고 최근 밝혔다. 롤투롤 공정을 통한 최첨단 생산 방식을 택했으나 양산 적용까지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현재 사업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 코니카미놀타도 OLED 조명 생산을 위해 2년 전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아직 제품 생산을 하지 못했다. 오스람·필립스 등도 OLED 조명 시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역시 대규모 양산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은 아직 수익성 차원에서 OLED 조명 시장에 뛰어들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량 생산에 나서게 되면 가격경쟁력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누가 먼저 기술력과 시장 선점을 하느냐가 초기 시장에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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