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부터 방화벽화 키보드보안, 공인인증서 등 금융사 ‘보안 3종 세트’ 의무 다운로드 규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액티브X(ActiveX)·공인인증서 폐지 등과 맞물려 전자금융거래 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권과 보안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자금융 거래 시 PC 보안을 책임지던 최소한의 장벽을 대책 없이 열어주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운로드하지 ‘말라’가 아닌 ‘하지 않아도 된다’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사의 보완대책 마련 등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4월 이후에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말대로라면 좀 더 협의하고 검토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강한 반발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빠르게 결정하고 밀어붙인 것일까.
액티브X 사례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액티브X를 폐지하라고 하자, 정부는 ‘exe 실행파일’ 방식의 보안프로그램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exe 실행파일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되는 액티브X와 달리 크롬·사파리 등에서도 실행되긴 하지만 그 기본은 액티브X와 같다. exe가 ‘액티브Y’라고 비유되는 이유다.
보안전문가들은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액티브X(액티브Y)가 당장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보안 3종 세트도 다르지 않다.
수년간 우리 생활과 산업을 지배했던 시스템이나 환경을 바꾸는 데는 막대한 투자와 함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버지(쿠퍼)와 딸(머피)의 시간이 다르게 흘렀지만 현실에서는 각종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금융당국과 이를 적용해 가는 업계(금융사, 보안기업 등)의 시간은 동일하게 흐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