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전쟁이 불붙었다.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7420으로 삼성전자가 AP시장을 장악해온 퀄컴의 오랜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6, G플렉스2 등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64비트(bit) AP가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오랜 기간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해온 퀄컴의 ‘스냅드래곤810’과 삼성전자 ‘엑시노스7420’ 간의 한판 승부가 예고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모델인 갤럭시S6에 자사 ‘엑시노스7420’ 탑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퀄컴 ‘스냅드래곤810’은 최근 출시된 LG전자 G플렉스2와 샤오미의 미노트프로에 적용됐다. 2, 3월께 공개될 다른 제조사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서도 두 AP 간 채택 경쟁이 나타날 전망이다.
일단 공개된 CPU 속도, 공정, 전력소모 등 드러난 규격상으로는 삼성 엑시노스7420이 우위에 있다. 작동속도에서 2.1㎓로 퀄컴의 스냅드래곤810 1.6㎓를 앞선다. 14나노 기술을 적용해 20나노 기술의 퀄컴칩에 비해 전력소모도 줄였다. 하지만 통신모뎀과 AP를 원칩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직은 퀄컴만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스펙 이외에 실제 활용과정에서의 장단점은 실제 폰이 출시된 후에나 확인될 것”이라며 “다만 스펙 우위는 삼성전자 AP의 마케팅에 기회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 분위기는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다. 우선 회사가 14나노미터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7’의 성능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성능 문제가 제기된 ‘엑시노스5410’의 부진을 2년 만에 말끔히 씻어내고 경쟁사 퀄컴을 제압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 2013년 갤럭시S4에 장착한 엑시노스5410의 발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이후 갤럭시 시리즈에서 퀄컴 AP 탑재 비중을 늘리는 등 엑시노스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엑시노스6 시리즈가 출시되지 않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엑시노스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절치부심 끝에 선보인 엑시노스7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올해 모바일 AP 사업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대주다. 퀄컴의 전유물로 여겨진 모바일 AP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만한 제품이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무선사업부 내에 있던 모뎀개발실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옮겨 AP와 모뎀칩을 통합하는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기술 장벽이 높은 모뎀칩과 통합칩 자체 개발을 시도하며 퀄컴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엑시노스7420을 내세운 삼성 시스템LSI 올해 사업 호조까지 점친다. 신형 AP가 당초 시장예상보다 우수한 성능을 확보했고 14나노 공정 기술을 무기로 애플의 새 AP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해 파운드리 부문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시스템LSI 사업이 지난해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000억원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퀄컴은 최근 제기되는 ‘스냅드래곤 810’ 발열 등은 문제없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과의 AP 성능 비교 등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퀄컴이 그동안 AP시장을 선도해온 만큼 삼성과의 경쟁 이슈 자체가 후발주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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