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가 사물인터넷(IoT)·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경기도 시화공장 내에 특화 전용라인을 구축했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중 IoT·웨어러블 시장을 타깃으로 전용 라인을 구축한 첫 사례다. 40년 전통의 대덕전자가 신성장 동력 확보로 회사 체질개선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대표 김영재)는 최근 시화 공장에 RF모듈·센서모듈 등에 쓰이는 PCB 전용라인을 꾸렸다.
특화 전용라인은 반도체기판(substrate)과 같은 수준의 클린룸으로 구성됐다.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돼 품질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노광·인쇄·검사 장비 등 고급 설비들이 대거 구축됐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몇 년간 수십,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개발팀도 본사 연구소에서 독립해 디지털 모듈 개발팀(IoT·웨어러블·센서 담당)으로 구성됐다. 10여명의 전담 연구인력이 특화전용 라인 인근에 배치돼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덕전자는 현재 900억~1000억원 수준인 디지털 모듈(IoT·웨어러블 포함) 매출을 올해 70~100%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 디지털 모듈 사업은 통신용 고다층기판(MLB) 사업 매출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모듈 사업은 수익성이 좋은 만큼 회사가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대덕전자는 IoT·웨어러블 등 신제품에 쓰이는 기판을 반도체기판 라인에서 생산했다. 문제는 기존 반도체기판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전용라인을 구축하면서 대덕전자는 IoT·웨어러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덕전자는 IoT·웨어러블 기기에 전층비아홀(IVH) 기판이 확산되는 것을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아직 일부 고가 제품에만 IVH가 쓰이지만, 경박단소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특화 전용라인을 구축하는 데 레이저 가공 및 적층 공정에 신경 쓴 것도 이 때문이다. 대덕전자는 IoT·웨어러블 전용라인에서 레이저 드릴로 50㎛ 수준의 비아홀(Via hole) 가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고난도 플립칩(FC) 반도체기판 비아홀도 가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스마트폰 주기판(HDI) 비아홀 가공에 70~100㎛이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웬만한 고급 PCB는 전용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노광 공정도 15㎛ 미세회로까지 가공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반도체기판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공정 수준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고다층기판·전층비아홀(IVH)·반도체기판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라며 “대덕전자가 영업을 강화한다면 IoT 시대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대덕전자 연간 실적 추이(단위: 억원)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