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형 풍력발전 보급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소형 풍력업계는 정부가 지원 항목을 만들어 놨으나 세부 규정에 사실상 불가능한 조항이 담겨 보조금이 ‘그림의 떡’이라고 입을 모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보조금 항목에 소형 풍력도 포함시키지만 최근 몇 년간 거의 사용 실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소형 풍력 보급 보조금으로 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신청자가 없어 다른 신재생에너지원 보급 사업에 전용해 소진했다. 정부는 올해 보조금 예산을 다음달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소형 풍력업계는 현실적인 제한 조건을 들어 정부 보조금을 신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지침에서 풍력발전기 설치 장소 주변 이격 거리를 50m 이상으로 하되 불가피할 경우 이격 거리 이내에 있는 모든 주택 일반건물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발생하는 민원 때문에 소형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주변 주민동의서를 다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시내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외진 곳에서는 소형 풍력발전 설치 수요를 찾기가 어렵다. 소형 풍력이라도 30㎾ 이하 설비로 적어도 수십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사용 가구들이 밀집되지 않으면 배선 공사비가 대폭 증가해 설치비가 늘어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 소형 풍력업체 사장은 “도시에 설치가 가능해야 소형 풍력 설비 보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거리 규정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리 제한을 20m 정도로만 완화해줘도 보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평균 4.5m/s 이상의 풍속이 확인되는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걸림돌이다. 풍속을 확인하려면 대당 9000만원 상당의 풍속검사 설비로 1년간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중소 기업이 대부분인 소형 풍력업계로선 감당하기 힘들다.
게다가 보급 보조금을 결정하는 지원 단가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가 추산한 실제 설치 비용은 ㎾당 1400만원 수준인데 정부가 책정한 기준은 950만원이다. 설치비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을 감안하면 소형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소비자가 ㎾당 100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가격으로는 경제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지역 주민 소음 민원 때문에 주민동의서 확보 조항을 조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
함봉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