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4>이기섭 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세계 최고 기술을 지향하려면 연구개발(R&D) 과제의 기획과 평가·관리도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산업계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 등 각지의 한인 과학자와 협력할 계획입니다. 과제 기획은 국내에서 이뤄지지만 세계적인 최신 기술과 동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은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세계적 기술 트렌드를 항상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대구로 본원을 옮겼지만 지역에 한정된 기관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대구가 R&D 첨단 과학기술 도시로 발전하는 데 기여함과 동시에 지역과 서울·수도권을 모두 아우르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전시회(CES)에도 과제기획 실무자(PD)들과 함께 다녀왔다. 국가 R&D자금 지원 전담기관으로서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우리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OLED, 플렉시블 등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이 고무적이었지만 중국의 빠른 추격 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드론 등 최신 기술 트렌드는 우리와 중국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기술개발 노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금세 추격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전 후기를 전했다.

R&D 과제의 성과가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도 관심이 크다. 결국 R&D 과제와 시장이 괴리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과제 기획이 시장과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자유공모형 과제와 품목별 자유제안 등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PD들이 과제를 기획해 참여자를 공모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KEIT에서는 큰 틀만 지정하고 일반 국민과 기업의 아이디어가 십분 반영된 ‘바텀업(Bottom-up)’ 방식 과제 기획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과제를 기획하는 PD들도 대학과 연구기관만이 아니라 산업계 종사자를 많이 영입하고 해외 인력과의 연계를 강화해 시장기반과제가 늘어나도록 할 예정”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제안하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기술 과제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이전 이후 맞이하는 첫해로서 기관의 위상을 새롭게 다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지난해 10월 대구 이전과 함께 ‘세계 최고의 산업기술을 선도하는 R&D 지원 글로벌 리더’를 비전으로 선포하고 2020년을 비전 달성의 시기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4대 전략목표로 △세계수준의 창의적 R&D 촉진 △R&D 평가관리의 신뢰성·전문성 제고 △R&D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지속발전을 위한 경영시스템 고도화를 정하고 이행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지방 이전을 전국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 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 전략으로 현지 문화에 적응해 지자체와 지역민의 특성과 요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R&D지원 글로벌 리더로서 위상을 갖춘 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올해 집중할 4대 전략목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소개해 달라.

▲첫째 전략목표는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국정전략인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창의적 R&D 촉진’이다. 기획 단계부터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K테크(K-tech) 기술창출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IT·SW 융합을 통한 주력산업 구조고도화를 위해 산업 간, 기술 간 융합촉진에 필요한 융합R&D과제 발굴을 지속할 예정이다.

둘째 전략목표는 ‘R&D 평가관리의 신뢰성·전문성’ 제고다. 심층평가제도를 도입해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최우선으로 평가하기 위해 아이디어 중심의 개념계획서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내실 있는 과제검토를 위해 기존 선정평가(대면평가)에 앞서 서면검토를 실시한다. 사업규모가 크고 기술개발 위험도가 높은 과제는 토론평가 방식 도입으로 평가 전문성을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셋째 전략목표는 ‘R&D를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이다. 정부 R&D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적 연구가 가능한 품목지정형 과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품목지정형 과제는 기존 지정공모와 자유공모의 중간 형태로 구체적 스펙(RFP) 없이 품목만 제시해 세부 개발방식을 민간 사업자가 결정할 수 있다. 과제 기획과 사업 수행자가 일치되고 창의적 연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2017년까지 산업부 R&D의 3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지원과 동반성장 관계 형성을 확대하기 위해 업종별 대-중소기업 정보공유 포럼 등도 지속 개최하기로 했다. 수요자와 개발기업의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지난해 있었던 포럼에선 그 내용이 실제 과제 기획으로도 이어졌다.

마지막 전략목표는 기관운영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지속발전을 위한 경영시스템 고도화’다. 성과중심의 경영관리 체계를 정착해 공공기관 방만 경영 해소의 후속조치에 선제 대응해나갈 것이다. 전사적 윤리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윤리경영 가치를 전 직원이 공유해 청렴문화 확산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간략히 언급한 창조경제 활성화에 있어 KEIT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창조경제는 ‘창조적 혁신으로 산업 간 융합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높여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창조적 혁신이 주도하는 성장 패러다임’이다. 여기서 창조적 혁신의 핵심은 창조적 R&D다.

최근 저성장에 머물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회복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기존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창조적 R&D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KEIT에서는 원천기술 개발로 추격형 R&D지원에서 벗어나 창조적 혁신을 위한 R&D를 지원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R&D를 통한 기술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기업의 성장 단계를 고려한 지원사업과 산학연 공동 R&D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발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결국 R&D가 중요하다. 각종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 뒤를 받쳐줄 R&D가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부실위험이 있더라도 업력이 짧은 기업에 R&D 지원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화를 위한 경제성 검토·특허전략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자면.

▲‘세계 최고의 산업기술을 선도하는 R&D지원 글로벌 리더’를 2020년의 비전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고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5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주요 프로젝트 K테크 프로젝트

‘세계시장을 제패할 100대 K테크 선정해 세계 최고 명품기술로’.

KEIT는 대한민국 기술을 세계 최고 기술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로 기술한류 브랜드인 ‘K테크(K-tech)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추진해왔다. K팝과 같은 문화한류를 기술 분야에서 일으키겠다는 포부로 만든 고유 브랜드다.

2020년까지 바이오·IT융합·로봇·조선·자동차·소프트웨어 등 28대 기술 분야에서 100대 K테크 창출이 목표다. 지속적인 K테크 확산전략으로 산업기술혁신사업 성공사례와 주요 기술을 발굴해 대한민국 대표 기술 브랜드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그 첫 시작으로 기계·소재, 전기·전자, 바이오·의료, 화학 분야에서 국내 혹은 세계 최초의 글로벌 일류 기술·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10대 K테크를 선정해 시상하고 홍보했다.

K테크 선정기술의 핵심 연구진을 비롯해 기업 주요 책임자를 격려하고 우리나라 대표기술 보유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를 고취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정부의 산업기술 R&D 지원 계획을 산업계에 알리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우수 기술 발굴과 지원·관리 체계 확대 계획을 홍보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K테크를 산업계와 R&D 지원체계 속에 확립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KEIT는 K팝이 문화한류를 이끈 것처럼 K테크가 기술한류를 일으킨다면 우리나라 산업기술이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변화되는 중대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원장은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기술로 단순히 그 수를 늘리기보다 각 시대를 반영하는 진짜 잘된 기술을 선정하기 위해 10대 기술로 한정했다”며 “올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기술·제품의 확산과 선정된 기관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K테크를 뽑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기섭 원장은.

195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중앙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1회로 1977년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외교통상부 등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으며 당시 현안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을 개발해 시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기관장을 역임하며 각각 공공기관 혁신평가 최우수 기관 선정, 경영효율화를 통한 흑자경영 달성 등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2012년 5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으로 취임해 연구개발(R&D) 사업 기획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R&D사업 지원·관리체계를 연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EIT를 세계 최고 산업기술을 선도하는 R&D 지원 글로벌 리더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대구로의 지방 이전을 차질 없이 마무리했고 노사 간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해소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강소형 준정부기관 중 2위를 기록하며 KEIT 출범 이후 가장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최하위권에 있던 청렴도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 내외부 신뢰도를 제고했다.

나아가 글로벌 산업기술 역량의 지속적 확보를 위해 창의산업, 시스템산업, 소재부품산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공동 기술개발을 통한 생상협력 R&D 활성화 대책을 지속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 기술을 세계 최고 기술로 도약시킨다는 목표 아래 기술한류 브랜드인 ‘K테크(K-tech) 프로젝트’를 기획해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명칭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했을 정도로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일류 기술·상품으로 가치가 있는 10대 K테크를 선정했고 앞으로 매년 10개 기술을 엄선해 100대 세계 최고 명품 기술의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