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인 래티스반도체가 멀티미디어 칩 전문 업체 실리콘이미지를 인수한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인수합병(M&A) 열풍에 다시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전문 업체 래티스반도체가 멀티미디어 칩 전문 업체 실리콘이미지를 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뉴욕타임즈(NYT) 및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래티스반도체는 실리콘이미지의 모바일 커넥티비티 기술을 확보, 자사 반도체 라인업을 강화할 전략이다. 회사는 연간 3200만달러의 수익을 추가로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린 G.빌러벡(Darin G. Billerbeck) 래티스반도체 최고경영자(CEO)는 “비용절감에도 유리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찰리 앤더슨(Charles Anderson) 도허티앤드컴퍼니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적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군은 다르다. 래티스반도체는 용도에 따라 변형가능한 고가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를 주력으로 하고, 실리콘이미지는 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소비자용 멀티미디어 커넥티비티 솔루션을 저렴하게 판매해왔다. 래티스반도체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컨슈머 시장에서 밀려 주로 고가의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어왔다.
실리콘이미지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실패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회사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낮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으며 이달 초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인력을 일부 구조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헤지펀드 업체 인게이지드캐피탈로부터 매각 압력까지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중견 반도체 업체들이 물꼬를 트면서 지난해 불었던 반도체 업계 합종연횡 바람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굵직한 M&A가 이어졌다. 가장 주목받았던 게 아바고테크놀로지의 LSI인수다. 아바고테크놀로지는 LSI를 사들인 뒤 매출액 기준 업계 상위 25위 공급업체 안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대만 미디어텍의 엠스타 합병이 완료됐고 온세미컨덕터는 앱티나이미징을 사들였다. 무선통신(RF) 전문 업체 RF마이크로디바이스(RFMD)가 트라이퀸트반도체(TriQuint Semiconductor)를 사들여 ‘코보(Qorvo)’로 거듭났다. 사이프러스세미컨덕터는 스팬션(Spansion)과 몸을 합쳤고 독일 인피니언도 전력 반도체 업체 인터내셔널렉티파이어(International Rectifier)를 인수키로 결의했다.
이 업체들은 M&A로 신시장에 도전하거나 사업군을 다각화했다. 찰리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이같은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비슷한 거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