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해 채용규모를 조정할 전망이다. 지난해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 계열사들의 올해 경영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올해 채용규모에 대해 “각 계열사의 실적과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가 안 좋을 것”이라며 불경기와 이로 인한 실적둔화가 삼성의 올해 채용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시사했다.
삼성의 채용 전반을 책임지는 정현호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부사장)도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새해 채용동향을 묻는 질문에 “계열사별 경영여건과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채용계획 수립의 전제로 실적과 경제여건을 지목한데는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끼쳤다. 이날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세계 경제 흐름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주제로 가진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에서 “(세계적으로) 미국만이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며 민간·정부 부채의 동반 증가 등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를 우려했다.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도 강연을 듣고 기자와 만나 “(김 원장이)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대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액 상위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27일 발표한 올해 채용동향에서 49.5%인 151개사만이 채용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곳과 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각각 29개사(9.5%), 125개사(41%)에 달했다. 채용을 확정한 기업들도 지난해보다 평균 채용인원을 2.3% 줄여 전체 신규채용 규모도 지난해 2만3385명에서 2만2844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