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세계는 지금 공기 전쟁…나빠지는 대기환경

공기청정기는 2000년대 이전에는 주요 가전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웰빙 가전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이 몇 년 새 급증하는 추세다. 주거환경과 지구환경 오염으로 환경문제가 부각된 것이 배경이다.

[이슈분석]세계는 지금 공기 전쟁…나빠지는 대기환경

지난해 세계 공기청정기 시장은 41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돌파했다. 세계 시장 국가별 비중은 일본 26%, 중국 22%, 미국 22%, 캐나다 10%, 한국 9%로 형성돼 있다. 일본이 가장 높고 그 뒤를 중국, 미국이 바짝 쫓고 있다. 업계는 수년 내에 중국과 미국의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어 일본 시장 비중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공기와 전쟁 중이다. 대도시 환경이 스모그, 미세먼지 등으로 뒤덮이고, 실내 공기는 곰팡이, 박테리아, 먼지, 미세물질 등으로 오염돼가고 있다. 공기 중 오염물질이 알레르기나 면역력 약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면서 공기청정기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미국 내 호흡기 질환 늘어나…연간 9% 성장

시장조사업체인 테크사이리서치는 미국 공기청정기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공기오염으로 호흡기 질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미국 공기청정기 시장은 완만한 성장률을 보였으나 최근 호흡기 질환인 천식, 만성 폐색성 폐질환 등의 발병률이 늘어 공기청정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안전한 실내 환경 조성을 위한 인식 고취 캠페인을 시작했다. 테크사이리서치는 정부의 움직임이 판매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의료와 호텔 분야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의료·호텔을 핵심시장으로 지목했다. 주택과 산업 분야의 공기청정기 수요도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으나 의료·호텔 분야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미국 내 대형 소매점들과 제휴를 맺어 판매에 돌입했고, 전자상거래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해 온라인 쇼핑몰까지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 스모그 위협…2017년 5조 시장 성장 전망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38억위안(약 6500억원)이다.

중국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도시에서 대기가 빠르게 악화돼 스모그 위협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경제성장 과정 중에 공장·자동차 배기가스가 급증한 것이 중국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포름알데히드, 벤젠, 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미세먼지(PM2.5)가 중국 대기를 악화시키는 주요 오염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실내·차량 내부의 공기 오염 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으로 해마다 68억위안(약 1조1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정부도 스모그 대처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국민 의식도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추세다.

무역협회와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내 심각한 대기 오염 때문에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향후 3년간 급격히 늘면서 2017년에는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전체 가정의 1% 미만으로, 미국 27%, 일본 20%, 한국 12% 수준인 것에 비하면 시장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되는 초미세먼지 등 위험물질

가전업계는 공기청정기가 초미세먼지(PM2.5) 등 유해물질을 거르고, 실내 환경을 청정하게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

초미세먼지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것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뉜다. 황사 같은 흙먼지, 화산 폭발로 분출되는 화산재, 꽃가루 등은 자연 발생적인 먼지다. 이런 것들의 알갱이가 잘게 쪼개져 공기 중에 떠돌면 그대로 초미세먼지가 된다. 인공적인 것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매연 등이다.

문제는 ‘매우 작다’는 특성이다. 초미세 물질은 그 자체에 독성이 없더라도 인체에 붙거나 몸속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름이 10㎛ 이상이면 몸에 들어가도 기침이나 가래 등으로 체외로 배출된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2.5㎛으로 체외로 배출될 수 있는 물질의 4분의 1 크기로 작다. 이 물질은 몸속에 들어가 폐나 장 같은 장기를 망가뜨린다.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아주 작은 탓에 체내에 쌓여 인체에 깊숙이 파고들며, 많은 기관을 조금씩 상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어 자각하지 못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유발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대기 환경이 좋아지지 않는 한 초미세먼지는 계속 존재한다. 세계 공기청정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