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급, 3등급, 5등급…’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공기청정기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중 1등급은 많지 않다. 지난해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나선 블루에어 공기청정기의 국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3~5등급이다. 가격은 100만원대를 훌쩍 넘지만 에너지소비효율등급 1등급 제품은 없다.
블루에어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12분 만에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한다”며 “이 때문에 엔진 사용량이 많아 국내 기준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제품이 미국에서는 에너지 고효율 제품에 주는 에너지스타 인증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며 “국가별 에너지효율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산 제품인 일렉트로룩스도 4개 제품 모두 1등급을 받지 못했다. 솔직하게 등급을 받는 외산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 외산 제품은 국내외 기준이 다르다며 아예 효율등급을 받지 않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나노드론, 발뮤다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국산 제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제품목록에 보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강화된 2011년 이후 업체가 받은 1등급은 손에 꼽는다. LG전자는 51개 중 4개, 삼성전자는 18개 중 4개, 코웨이는 10개 중 0개, 위닉스는 6개 중 0개, 청호나이스 5개 중 0개, 교원 4개 중 0개다.
업계는 그 이유를 등급별 전기요금 차이가 크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코웨이는 “2등급 공기청정기 기준으로 누진세를 적용하지 않고 세기를 ‘강’으로 측정했을 때 하루 8시간씩 한 달에 1만6320W로 1030원이 나온다”며 “전기요금이 선풍기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소비효율을 더 좋게 만들려면 모터를 바꿔야 하는데 모터가격이 비싸다. 설계와 모터를 바꾸면 가격이 훌쩍 뛴다. LG전자의 원형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몽블랑’ 공기청정기는 에너지효율등급이 1등급인 제품이 40만원대를 넘는다. 반면에 디자인은 같지만 소재와 에너지효율등급을 2등급으로 낮춘 제품은 20만~30만원대다. 차이가 10만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 때 비싼 부품을 쓰면 판매가는 높아진다”며 “수십만원 비싸게 사더라도 전기요금으로 혜택을 보는 실효성이 떨어져 아직 높은 에너지효율등급 수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