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교섭에 나선 쿠바지만 경제 봉쇄 영향으로 지금도 여전히 물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인터넷 연결도 예외는 아니다. 집에서 인터넷 회선을 직접 이용하는 층은 극히 소수다. 정부가 국영 호텔과 인터넷센터 등에서 유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지만 시간당 요금은 일반 쿠바인 월급의 일주일치에 달한다. 이렇듯 오프라인 생활을 원하든 원치 않든 강요받는 쿠파 청년들이 PC 9,000대 이상을 이용해 정부의 손을 빌리지 않는 사설망 에스넷(SNet)을 구축했다.
한 22세 쿠바 엔지니어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구축한 것으로 자금을 공동 출자해 와이파이 안테나와 이더넷 케이블을 옥상이나 도로 등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9,000대가 넘는 PC를 연결해 사설망을 구축한 것이다. 외부 인터넷은 차단되어 있지만 로컬망을 통해서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사설망의 명칭은 에스넷은 스트리트넷(Streetnet)의 약자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 봉쇄 탓에 인터넷을 구축할 설비 자금 부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은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따라 쿠바도 인터넷 도입을 희망하고 있지만 쿠바 정부 관계자는 국교가 정상화된 현재도 인프라 시설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쿠바는 와이파이 기기의 무단 사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에스넷은 법률상 위법이다. 사설망을 구축한 엔지니어는 인터넷이 필요하다면서 민간에 자유 재량권이 주어질 것을 희망했다. 또 이미 에스넷은 쿠바 법률을 존중하는 한 암묵적인 유지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법률 존중이란 정치적 논쟁이나 외부 인터넷 연결, 외설이나 폭력적인 콘텐츠 공유 등을 말한다. 에스넷에선 자원 봉사 관리자가 이를 감시하고 있다. 또 쿠바 정부에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에스넷은 익명이 아닌 실명을 쓴다. 대부분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협력적이라고 한다.
에스넷에는 현재 매일 2,000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접속하고 있으며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감상, 게임 등을 즐기고 있다. 제한된 인터넷이지만 위키피디아 복사본도 저장하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비슷한 기능을 갖춘 SNS도 있다. 데이터 전송속도도 정부 서버를 이용한 통신보다 훨씬 빠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