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기관장에게 듣는다]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30년의 오랜 노력 끝에 거둔 결실’

올해는 국내 첫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해다. 그동안 국가 원자력 산업이 건설과 전력생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마지막 단계인 처리 부문도 진행하면서 보다 책임 있는 원자력 사이클의 방점을 찍는 셈이다. 준비부터 시작하는 데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듯 쉬운 작업은 아니다. 여전히 원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고, 그 중 방사성폐기물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안전 운영이 그동안의 갈등과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기관장에게 듣는다]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 운영은 국가 차원의 성과다. 누구도 쉽사리 꺼내기 힘들었던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갈등사업에 긍정적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이사장은 올해 방폐장 운영의 중심 가치를 ‘안전’과 ‘소통’에 두고 있다. 국민들이 방폐장의 필요성을 공감해주고 허용한 만큼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다. 소통은 보다 나은 방폐장 운영을 위한 방법론이다. 지역주민은 물론 국민과 환경단체들이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보다 나은 정책과 방향이 정해질 수 있도록 항상 귀를 열어둔다는 자세다.

-올해부터 방폐장 첫 운영이 시작된다. 그 어느 때보다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는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이 시작된 지 30년 만에 방폐장이 첫 운영되는 역사적인 해다. 과거 부지선정 과정의 갈등과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방폐장 운영의 원년을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고자 한다.

특히, 어떠한 조건에서도 방폐장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방폐장 안전운영체제’를 확립해 안전과 신뢰를 심고자 한다. 여기에 공단의 조직쇄신, 성과중심 인사 관리 등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하게 방폐장을 운영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치고 노사협의를 통해 도출된 방향인 만큼 믿음이 크다.

본격적인 처분시설 운영 시점이 다가오면서 직원들에게는 철저한 ‘공익정신’과 ‘안전 마인드’ ‘프로정신’을 당부하고 있다. 방사성폐물 관리는 국민을 위해서 한다. 모든 사업 부문에서 공익적 가치를 우선시하고 안전에 있어 기술적 정답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실행하는 것이 안전 마인드다. 그리고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정신이 프로정신이다.

-현재 경주 방폐장 운영 준비는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는지.

▲지난해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뒤 방폐장 종합 시운전을 계속하고 있다. 처분시설 운영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인수·운반·검사·처분 등 방폐물 처분의 전 과정을 실제 운영과 동일한 조건에서 점검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상건물 운영으로 인수·운반·검사 경험은 이미 축적됐다. 지금은 지하처분시설 운영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데, 사일로 전체계통을 24시간 운영하여 점검하고 방사선 방호, 환경감시 등 방사선 안전관리도 점검한다.

처분시설 안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수검사요원과 운영요원 전문자격 제도를 도입해 해당 경력, 훈련을 통과하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도 많이 사그라졌다. 방폐장 안전성은 국내외 전문기관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해 검증을 받았고, 주민들도 사용승인을 받았으니 앞으로 안전하게 운영해달라는 당부를 많이 한다. 방폐장은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양보도 없을 것을 약속한다.

-방폐장이 운영에 따른 국가와 지역, 산업적 효과는 무엇이 있나.

▲노원구 폐아스팔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은 국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경주 방폐장 운영으로 중저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오랜 국민적 숙제가 말끔히 해결된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부지선정과 건설뿐만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갈등해결 선례를 지켜나갈 것이다.

지역 공동체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해외 방폐장들은 이미 20년 이상 운영해오면서 철저한 방사선 관리로 동물 개체수가 증가하는 등 자연과의 공존을 보여준 바 있다. 또 인근 지역과 함께 랜드마크로 정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에 기여를 하고 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인근 지역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경주 방폐장을 명소화해 경주의 다양한 문화, 역사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코레일과 관광코스를 개발도 대표적이다. 경주 방폐장을 유치해 준 경주 시민들에게 보답해 나갈 것이다.

경주 방폐장이 가진 또 하나의 잠재력은 경주 방폐장 건설 및 운영을 통해 축적된 기술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방문한 IAEA 담당자는 안전여유도가 매우 높은 시설이라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방폐장은 세계에서도 높은 기술 수준을 인정받고 있고 앞으로 동굴방식과 천층방식을 모두 갖춘 복합 처분장이 들어서게 된다.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원전과 동반진출을 위해서 꾸준히 준비해나갈 것이다.

-최근 원전 해체와 고준위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나

▲이미 2013년 10월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범국민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돼 있다. 공단도 이에 발맞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원자로에서 사용을 마친 연료의 저장, 운반, 처리 및 처분 과정 전반을 뜻하는 후행 핵연료주기 연구를 위한 MOU를 맺고 △기술자료 및 정보 교류 △융합 및 공동연구 △신규 사업진출 및 해외시장 개척 △인력교류 및 교육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개념과 관리기술, 관리정책과 함께 FAQ 등을 제공해 궁금증과 의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방폐물 처분 관련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미래에는 어떠한 기술들이 등장할 예정인가.

▲2013년 기준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선진국인 스웨덴과 미국과 비교할 때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처분용기 개발 등 관련 기반연구가 진행 중인데, 현재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 이후 정책결정에 따라서 세부 연구가 가속화 될 예정이다. 앞으로 활발한 기술도입과 저변확대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방폐장 대해 국민들이 어떠한 인식을 가져주었으면 하는가. 올바른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인가.

▲방폐장은 일반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이라는 단어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거부감은 외면이나 회피로 이어지고 부안사태 등 부정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해서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다. 이미 발생한 방사성폐기물부터라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책임을 미루지 말고 지금 세대에 해결했으면 한다. 국민 모두가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더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참여 기회를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NGO는 적극적인 지원과 문제제기를 통해 정부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박스]이종인 이사장은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 역사와 함께한 인물이다.

1952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 휘문고와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오면서 원자력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서 요직을 맡으며 원자력 안전 관련 전문성을 쌓았다.

원자력과의 첫 인연은 고등학교 학우의 장래희망을 통해서였다. 유년시절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이 이사장은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원자력 과학자의 진로를 알게 됐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입학으로 원자력 인생을 시작했다.

원자력연구소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 한국원자력학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인생의 70% 정도의 세월을 원자력과 함께 해왔고, 원자력 기술개발, 안전규제, 방폐물사업까지 원자력 발전의 전 부문의 경험을 갖추고 있다. 1979년 미국 tm리마일 원전 사고 당시에는 ‘중대사고 리스크’ 개념을 국내에 도입해 중대사고에 대한 정책 입안을 담당하기도 했다.

원전 관련 크고 작은 사고가 있은 이후는 원자력계 종사자로 지인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만큼 보람을 갖고 방폐장 안전지킴이로서 충실히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주의 문화·자연·에너지 산업(방폐장)을 융합시켜 창조문화 가치 창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폐장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은 당연 과제고, 관련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또 경주 지역의 문화적으로 교육적으로 조건이 개선해 미래세대를 위한 과학적 환경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 경주시민이 된 이 이사장은 퇴임 이후에도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방폐장과 원자력 안전에 대해 소통해 안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할 생각이다.

[박스]강도 높은 혁신으로 방폐장 운영 신뢰학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장 본격 운영을 앞두고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추진한다. 지금이 안전한 방폐장 운영과 사업에 대한 대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적기라는 판단이다.

개편의 핵심은 조직 슬림화와 부서 간 협력강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경영 현황 전반을 진단했으며, 내부토론과 노사합의로 각 부문별 개선과제가 담긴 경영 혁신안을 최종 도출했다.

먼저, 그동안의 건설중심에서 벗어나 방폐물 관리와 방사선 안전관리에 적합한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안전운영본부와 미래사업본부를 안전사업본부로 통합했다. 업무 무게중심을 처분시설 운영과 방사선 안전관리로 바꿨다.

2개 본부에는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정책 조정부서를 신설하고 그동안 공단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부서 간 업무 조정과 정책기능을 강화했다. 실장 직위는 대폭 줄이고, 팀제를 정식 직제로 도입, 본부는 3개에서 2개로, 실장 직위는 29개에서 14개로 간소화했다.

인사관리도 성과 중심으로 바꿨다. 무사안일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간부 직원의 무보직 전환 등 부서장 상시 인사제도를 시행한다. 특히 활기차고 열린 조직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일부 부서장에는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 외부 전문가를 채용키로 했다. 공단은 그동안 신입직원 채용에서도 토익 등 스펙을 보지 않고 업무 능력을 중시하는 등 열린채용을 진행해 왔었다.

이종인 이사장은 “방폐물관리사업에 대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도록 사람과 조직문화, 제도 모두를 바꿀 것”이라며 “공단의 모습과 성격을 모두 새롭게 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