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범죄율은 2009년 이후 32%나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치안을 강화해서, 아니면 법이 엄격해져서일까. 그도 아니면 CCTV 설치 지역을 대폭 확대해서였을까. 정답은 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감시 시스템에 장착된 오디오 센서다. 이 센서는 주변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통해 사운드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총소리나 비명 소리 등에 반응하는 장비다.
각종 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전시되는 ‘스마트시티 엑스포’에서 소개된 이 사례는 요즘 정보통신과학기술(ICT) 분야의 가장 핫한 트렌드인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우리 생활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사물 인터넷의 개념은 어렵지 않다. 현재도 우리 생활에서 사물 인터넷과 유사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보편화된 하이패스 시스템, 자동차 원격 시동 및 블루투스 통화 등 각종 무선 장치가 대표적이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가 읽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주고받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사물 인터넷의 기본 개념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조작하고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시켜 사물과 사물, 즉 휴대폰과 보일러나 자동차 스마트키와 자동차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약 15년 전인 1999년 벨킨의 케빈 애쉬턴이 사물 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 후 반도체와 센서, 통신 및 데이터 처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IT 분야 글로벌 리서치사인 ABI는 앞으로 5년 뒤인 2020년까지 약 500억개에 달하는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사물 인터넷 구현을 가능케 하는 각종 과학기술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무선기기가 동시에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 빅데이터 기술, 클라우드 기술 등은 IT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는 용어들이다. 특히 센서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핵심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사물 인터넷은 인간의 개입과 조작을 최소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물끼리 알아서 서로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많은 가전 업체들이 이와 같은 기능을 염두하고 사물 인터넷에 기반을 둔 ‘스마트 홈’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의료나 농업 분야 등에서 사물 인터넷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회사가 개발한 ‘글로우 캡(Glow Cap)’이라는 약병은 환자가 약을 복용할 시간을 알려준다. 약을 먹을 시간에 약병 뚜껑의 램프가 켜지고 소리도 난다. 환자가 약병을 열면 센서가 감지해 인터넷으로 환자가 약을 복용했다는 정보를 병원에 보내준다. 복용 시간이 지나도 약병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병원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자에게 문자나 알림을 보낸다.
농업 분야에서도 사물 인터넷 활용 시도가 등장했다. 밸리 이리게이션이라는 기업은 농작물이 뿌리를 내리는 흙 1.2m 깊이에 센서를 배치하고, 온도와 습도, 토양의 상태를 추적한 데이터를 관개 장비에 전송해 알아서 물이나 비료를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선구자들이 그렸던 사물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미래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취약한 보안 때문에 해커들에 의해 사고가 유발되거나 새로운 피싱이 발생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공존하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