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잡스 “인터넷 위해 컴퓨터 구입하게 될 것”

인터넷은 이미 수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존재다. 하지만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5년 당시만 해도 존재조차 몰랐던 게 대부분. 이런 시대에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잡스는 당시 잡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5년 잡스 “인터넷 위해 컴퓨터 구입하게 될 것”

인터뷰를 진행한 1985년 전후를 보면 애플은 1983년 처음으로 GUI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리사(Lisa)를, 다음 해인 1984년에는 매킨토시(Macintosh)를 출시한 상태였다. 이렇게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기 10년 전인 1985년 스티브 잡스가 인터넷 사회에 대한 전망을 밝힌 것이다.

1985년 잡스 “인터넷 위해 컴퓨터 구입하게 될 것”

◇ 인터넷 위해 컴퓨터 구입하게 될 것=그는 먼저 컴퓨터를 손에 넣는 목적은 비즈니스나 자녀 교육 등이지만 이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뭔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시대가 바뀌고 컴퓨터는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했다. 어떤 변화가 발생하냐는 질문에 그는 “사람들이 모두 전국 규모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게 될 것”이라면서 이 변화는 전화가 발명됐을 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변화를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추측밖에 할 수 없지만 뭔가 거대하고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질문자가 그렇다면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걸 위해 3,000달러나 되는 돈을 컴퓨터에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냐고 말하자 잡스는 “미래가 되면 진정한 모습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1985년 당시) 당장은 모습이나 모양도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이 된 상황이지만 그건 마치 100년 전 그레이엄 벨에게 전화로 뭘 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물어봐야 정작 본인조차도 전화가 세계에 미칠 영향을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잡스는 이어 벨도 사람들이 전화를 통해 상영 중인 영화를 문의하거나 제품을 주문하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척과 통화를 하는 시대를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840년 전신이 실용화되면서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당시 말로 10일 걸린 미국 대륙 횡단을 통신이 하루도 안 되어 끝냈다고 말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전신을 이용하려면 모스부호 같은 복잡한 지식이 필요했고 이를 배우려면 40시간 이상 학습이 필요했다는 게 문제였다. 여기에 1876년 등장한 전화는 문자 통신이 아닌 목소리로 통신이 가능했다는 차이가 있었다는 것.

이렇게 잡스는 인터넷 혁명을 전화 실용화에 빗대어서 설명했다. 당시에는 아직 정체도 모를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 미래에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손에 넣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한 것이다. 아직까지 다수가 컴퓨터가 뭔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선견지명인 게 분명하다.

◇ 컴퓨터 구조 몰라도 쓸 수 있다·마우스 선택 이유=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 내용 외에도 컴퓨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답을 했다. 잡스는 컴퓨터는 매우 간단한 것이라면서 예를 든다. 이에 따르면 누군가 초보적인 지시밖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화장실에 가게 하려면 먼저 화장실까지 걷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두 발로 서서 왼발을 다리가 수평이 될 때까지 올리고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300cm 진행 식으로 지시를 해줘야 한다.

잡스는 하지만 이런 지시를 평소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실행한다면 이 행동은 마법처럼 보일 것이라면서 이 순간을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잡스는 이게 바로 컴퓨터라고 말한다. 컴퓨터는 숫자에 다른 숫자를 추가하고 결과는 여기에 넣는다. 어느 쪽이 큰 숫자인지 인식한다는 식으로 간단한 명령을 실행할 뿐이지만 이를 초당 100만 회라는 속도로 하기 때문에 마법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잡스는 이런 예는 간단한 설명일 뿐이지만 중요한 건 컴퓨터 구조를 반드시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자동변속기 구조를 몰라도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고 차체 움직임을 결정하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지 않아도 운전하는 게 가능한 것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걸 이해하지 않아도 매킨토시를 쓰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잡스는 또 마우스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눈앞에 있는 사람의 셔츠에 얼룩이 진 걸 알려주려고 “셔츠 위에서 14cm 밑으로 내리고 버튼에서 왼쪽으로 3cm 이동하면 얼룩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잡스는 누구나 그냥 손가락으로 “거기 얼룩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마우스는 작업을 신속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 IBM 호환 기종 내놓지 않은 2가지 이유=잡스는 또 당시 인터뷰에서 IBM 호환 기종을 개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개발한 기술이 (IBM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IBM 호환 기종을 택하지 않은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IBM은 우산 아래에 넣은 상대방 기업을 결국 뭉갠다는 것. 더 중요한 이유인 둘째는 제품 개발에 관한 기업의 비전 차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애플 컴퓨터의 경우 인류사에 가장 뛰어난 도구라면서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해서 세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IBM 기종이나 기술로는 불가능한 길이며 이런 이유로 애플이 IBM과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1985년 시점 당시를 기준으로 컴퓨터 업계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앞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진화하겠냐는 질문에 잡스는 지금까지 컴퓨터는 사람들에게 좋은 하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스트레드시트로 작업을 시키거나 문장을 넣어 편지를 만드는 것 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컴퓨터는 다양한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잡스는 매일 주가를 체크하는 걸 들었다. 정해진 선을 밑돌면 컴퓨터가 주식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어 자동으로 판매를 실시,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월말이 되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 매출 실적이 20% 이상 상회한 영업사원에게 포상 편지를 써서 전자우편시스템으로 보내는 동시에 자신에게는 월간 보고서를 보내주는 식이다. 잡스는 가까운 장래에 컴퓨터가 100가지 이상 작업을 수행하고 이런 길잡이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